[IMT2000]통신장비 표준 경쟁

「격세지감」

2∼3년 후에 우리가 느낄 의사소통수단의 변화상이다. 국내 통신산업계가 IMT2000 상용화를 기점으로 격변할 태세다. 이제 관심은 「누가 IMT2000 사업권을 획득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차세대 이동통신사업을 운용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업체간 이해관계로 얽히고 설킨 「동기식 대 비동기식 우월공방」, 즉 보다 효율적인 IMT2000 운용방식을 결정할 때다. 정보통신부는 동기식 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서슴지 않고 있지만 그 노력이 열매를 맺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요 사업자 후보들의 한결같은 「비동기 선호」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장비분야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동기식 사수」와 충돌, 통신장비산업계 지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동기 우위론=상대적으로 손쉬운 기술 업그레이드에 강점이 있다. 우리나라가 2세대 CDMA 이동통신산업을 통해 다져온 상용화 및 기술개발 경험이 든든한 배경이다.

지난 96∼99년 동기식 CDMA산업은 약 31조원의 생산력, 22만여명의 고용창출효과, 부가가치 11조원의 경제기여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3개 시스템업체, 13개 단말기 제조업체, 900여개 부품업체 등 산업기반도 건실하다. 지난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동기식 2.5세대 이동전화(IS95C)서비스를 시작, 기술개발력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음이 입증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해외 유명업체들을 제치고 IS95C시스템을 공급, 단말기 강국에서 종합 통신장비 강국으로 면모를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LG전자도 LG텔레콤에 IS95C시스템을 공급해 발빠른 기술발전 속도를 뽐내고 있다.

수출도 희망적이다. 전통적인 동기식 선호지역인 북미수출이 늘고 있는 데다 중남미도 올해를 기점으로 CDMA가입자가 1000만명을 훌쩍 넘어서는 등 시장상황이 좋아 올해 40억달러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구 13억명의 중국이 큰 가능성을 내포한 채 목전에 다가와 있다.

삼성전자는 『비동기식을 채택하면 오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간 시스템장비 약 5조5000억원, 단말기 9조9000억원, 부품 4200억원의 무역수지 악화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국내에서 비동기식 시스템 개발이 2003년에나 가능해 초기시장에서 외산장비를 도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동기식을 채택하면 10년여간 축적해온 동기식 CDMA 산업기반이 사장되는 결과를 낳아 국내 통신산업의 붕괴를 초래한다는 게 동기식 우월론자들의 주장이다.

◇비동기 우위론=미래에 대한 도전이다. 경험은 일천하지만 세계 이동전화시장의 80%를 향한 포문을 하루빨리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97년부터 우리나라 통신장비업계도 비동기식 IMT2000 시스템 개발에 나서 곧 결실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동기식 CDMA를 완전하게 사장시키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대세인 비동기식 IMT2000 장비개발을 서두르지 않으면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한다는 논리에 타당성이 있다. 때문에 「비동기식을 도입하면 국내 통신산업이 도산한다」는 식의 딴죽걸기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게 비동기 옹호진영의 주장이다.

스트래티직스그룹(Strategics Group)에 따르면 오는 2003년 미국·유럽·일본·중국의 비동기식 IMT2000 예상 가입자수는 2129만5000여명인 반면 동기식은 61만9000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후 2005년에도 같은 지역의 비동기 가입자수는 4108만9000여명이지만 동기식은 544만9000여명에 그칠 것이라는 게 스트래티직스그룹의 예상이다. 즉 시장규모 자체가 서로 비교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

LG전자는 대표적인 비동기 우호론자다. 이 회사는 『비동기식 통신시장의 규모, 용이한 국제로밍, 기술적 우위 등을 감안할 때 비동기 중심의 3세대 이동통신시대가 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루빨리 국산 비동기 시스템 및 단말기 개발에 나서야 할 때인데, 불필요한 표준 우월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는 것이다.

비동기식 통신시스템에 대한 우리나라의 경험이 일천하다는 비판은 『비동기식 IMT2000도 CDMA에 기반한 기술이기 때문에 개발역량 확보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논리로 반박한다. 올 연말까지 비동기식 기지국·단말기를 개발해 시험할 수 있고, 내년 상반기에 모뎁칩·영상소자 등 핵심부품이 개발될 것이라는 자신감도 충만하다.

따라서 오는 2002년 5월로 설정한 IMT2000 서비스 개시시점에 맞춰 비동기식 장비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사업자 후보들의 선호도가 비동기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장비업체가 동기·비동기 우월시비를 벌일 입장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즉 장비업체는 각 사업자의 요구에 따라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 장비를 개발해 공급한다는 기본논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망=이제 소모전을 끝내고 체력을 비축할 때다. 노키아·에릭슨·모토로라·루슨트테크놀로지스·노텔네트웍스 등 세계 통신산업계의 거두들이 한국시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2세대 통신장비시장을 좌지우지했던 해외 열강들이 새로운 수요(3세대)가 창출됨은 물론이고 중국진출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인 한국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

특히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비동기식 IMT2000이 한국의 3세대 이동통신시장 헤게모니를 장악해가는 추세여서 자신감도 드높다.

따라서 동기식이든 비동기식이든 하루빨리 국산장비 개발을 완료해야 한다.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것 또한 중요하다. 불필요한 체력낭비를 자제하고 완성도 높은 IMT2000 시스템과 장비를 선보이기 위해 매진할 때인 것이다.

◆동기, 비동기식 무엇이 다른가

동기식은 우리나라가 처음 상용화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기술이라는 점에서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비동기식은 「국제적인 호환사용(로밍)과 시장규모 측면에서 서둘러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세를 불려가는 모습이다.

동기식 진영에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현대전자·텔슨전자 등이 뜻을 모으고 있으며 비동기식 진영에는 3대 서비스 사업자 후보들과 LG전자가 각자의 이해에 따라 다소 시각의 편차가 있지만 같은 곳(비동기)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동기·비동기간 우월공방에 마침표를 찍을 만큼 강력한 헤게모니를 손아귀에 쥐지 못하는 모습이다. 동기식은 무엇이고 비동기식은 무엇인가.

동기·비동기식은 이동전화단말기와 기지국 사이의 무선 접속규격과 기지국, 제어국, 교환기간 핵심망 규격의 차이에서 비롯된 IMT2000의 각기 다른 기술표준이다. 동기식은 미국 퀄컴사가 주도한 북미방식이고 비동기식은 에릭슨·노키아 등 유럽업체들이 채택한 유럽방식이다.

두 방식의 차이점은 신호를 보내는 측과 받는 측의 시각을 동일하게 맞추느냐(동기식 synchronous), 맞추지 않느냐(비동기식 asynchronous)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동기식은 지리정보(GPS : Global Positioning System)위성을 이용해 시각을 일치시키지만 비동기식은 두개의 통신채널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각을 맞추지 않는다. 또 동기식 핵심망은 미국의 CDMA망 규격인 ANSI-41이고, 비동기식 핵심망은 유럽의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망인 GSM-MAP이다. 여기서 ANSI는 미국규격협회(American National Standards Institute)를 뜻하고, GSM은 유럽의 2세대 이동전화규격을 말한다.

동기·비동기는 주파수 활용방식도 서로 다르다. 동기식은 IMT2000 주파수 대역(5㎒)을 3개의 작은 채널(1.25㎒ 단위)로 나눠 사용하기 때문에 협대역(narrowband) 또는 MC(Multi-Carrier)라고 불린다. 반면 비동기식은 전체 주파수 대역(3.75㎒ 단위)을 한 채널로 사용하기 때문에 광대역(wideband) DS(Direct-Sequence) 또는 WCDMA(Wideband CDMA)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동기식 IMT2000은 「CDMA 1X 및 3X」로, 비동기식 IMT2000은 「WCDMA」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두 방식 모두 CDMA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CDMA 1X 및 3X는 기존의 동기식 2세대 이동통신기술에서 진화된 2.5세대 및 3세대 방식이며, WCDMA는 유럽의 비동기방식에서 진화한 기술이기 때문에 서로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전세계 80%의 국가가 WCDMA를 채택하고 있는 반면 CDMA 1X 및 3X는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동남아·호주 등지로 시장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