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반도체 장비를 구입해 사용한 반도체 소자업체와 엔지니어에 인센티브를 주도록 합시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들이 늘상 한 말이다. 이같은 주장은 무엇보다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반도체 장비 산업구조에서 비롯됐다.
올해 국내 반도체 장비 생산규모는 3억6000만달러로 내수(27억7500만달러)의 13%에 불과해 23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적자가 예고됐다. 21%에 달했던 8년과 비교하면 국산화율은 오히려 퇴보했다.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들이 국산 장비를 구매해 사용한 반도체 소자업체와 해당 엔지니어에게 상과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이러한 산업구조를 깨기 위해 내놓은 「궁여지책」이다.
한 반도체 설비업체 사장은 『대만에선 2005년까지 반도체 장비·부품의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소자업체들은 대만산 제품에 다소 문제가 있거나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매해 주는 정책을 펼친다』면서 국내에서도 이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모든 책임을 국내 소자업체에 무조건 전가할 수는 없다. 소자업체들은 여전히 국내 장비업체들의 기술력과 적기 공급력에 회의적인 시각이다.
소자업체의 한 구매 실무자는 『정밀하고 미세한 공정을 다루는 반도체 제조과정에 국산 장비를 사용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누가 국산 장비를 선뜻 구매해 사용하려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그렇지만 일부 국내 장비업체들은 영세성에도 불구,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에게 「책임 소재」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일이다.
소자업체의 외면으로 대부분 장비업체들은 주변장치분야에만 머물고 핵심장비의 개발에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김광호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소자업체가 위험 감수(risk taking)의 의지를 가지고 국산 장비를 적극 사용해야 하며 이 경우 정부도 뭔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소자업체와 장비업체가 모두 「윈윈(win win)」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산업전자부·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