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기업들이 체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신규등록과 증자 등 넘쳐나는 주식물량이 주가상승을 막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개별기업들이 자사주 취득이나 전환사채의 소각 등을 통해 유통물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도 지난달 18일 「증권시장 안정화 대책」에서 자사주 처분손실 준비금제도를 도입하고 처분손실이 발생할 경우 세금을 감면하는 등 개별기업이 직접 나서 자기주식의 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여기에 발맞춰 그동안 공모나 증자를 통해 자금을 모았던 개별기업들도 자기주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취득해 유통물량을 줄이는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하거나 전환사채를 소각해 잠재적으로 늘어날 소지가 있는 주식물량을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0월 이후 자사주 취득 의사를 밝힌 기업은 삼성전자, 성문전자, 청호전자통신 등 15개사에 이른다. 이들 기업은 주가하락의 주요 원인이 기업의 내재가치 하락보다는 시장의 자금부족 등 수급상의 원인에 있다고 분석하고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0일부터 3개월 동안 4800억원 규모의 자금으로 보통주와 우선주를 매입하기로 결의하고 자수주 취득을 진행중이다. 성문전자도 지난 1일부터 3개월 동안 5억4000만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취득은 취득기간 중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취득 후 6개월간은 물량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유통물량 축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 최근 경영실적을 평가하며 주가를 중요한 판단근거로 삼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연말 주가를 겨냥한 자사주 취득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어 자사주 취득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썬트로닉스와 와이지원은 발행했던 해외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기 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화인썬트로닉스는 주가안정과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올해 6월 발행했던 1000만달러 규모의 해외전환사채 가운데 절반 가까운 4300만달러를 조기 상환한다고 13일 밝혔다. 와이지원도 이날 해외전환사채 1000만달러 가운데 300만달러 어치를 매입해 소각한다고 밝히고 나머지 700만달러 규모의 전환물량이 주가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이도 추가로 매입·소각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이나 전환물량을 축소하는 등 유통물량을 줄이는 움직임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신한증권 김학균 코스닥팀장은 『전체 유통물량 가운데 자사주 취득과 소각물량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서 주가안정에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며 『하지만 단기적인 주가부양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대해 기업과 경영진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주들을 위한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