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반 「스페이스 임베이더」 「갤러그」와 같은 슈팅 게임기들이 유통되면서 국내 게임 산업은 시작됐다. 이어 80년 후반 가정용 게임기, 90년대 초반 PC 패키지 시장이 형성됐다. 온라인 게임은 96년 그래픽 머그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국내 게임 산업의 역사가 20여년에 이르는 만큼 나름대로 탄탄한 인맥을 형성했음직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도 국내 게임 시장이 용산전자상가(가정용 게임)나 청계천상가(아케이드)의 그레이 마켓을 중심으로 형성된 데다 소규모 업체들이 외산 제품을 보따리로 들여와 팔고 사는데 머물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기에 가정용 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기 사업을 시작했다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는 단 한곳도 없다. 다만 멀티테크의 우인회 사장(49, 한국게임물유통협회 회장)과 이소프트넷의 한영조 부사장(43)이 업계의 원로 대접을 받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나름대로 인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초 대기업 관련 업체들이 PC 패키지 게임의 배급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SKC가 89년말 게임 배급사업을 시작했으며 90년 동서게임채널, 92년 LG소프트, 93년 쌍용, 94년 삼성전자 등이 게임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 대기업 관련 업체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선진화된 마케팅을 바탕으로 게임 배급부문을 장악, 게임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했으며 현재까지도 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대기업 관련 업체중에서도 LG소프트는 게임 배급업계의 사관학교로 가장 막강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LG소프트 출신은 한빛소프트의 김영만 사장을 비롯해 아이빌소프트 김두현 사장, 서울소프트 박진우 사장, 한솔엔터테인먼트 채수범 사장, G엔터테인먼트 황문구 사장, 매직아이엔터테인먼트 장창익 사장, 함께하는소프트 김상구 사장 등이 요소에서 최고 사령탑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비록 CEO는 아니지만 EA코리아의 한정원 부장, 배틀탑의 최기영 이사, 넷드림의 최영 이사 등 각 회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까지 합치면 LG소프트 출신은 20여명에 이른다.
LG소프트 인맥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한빛소프트의 김영만 사장(40). LG소프트 게임팀장였던 김 사장은 99년 1월 한빛소프트를 창업해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를 배급, 창업 첫해인 99년말 249억원의 매출에 32억원의 순익을 거두는 기록을 세웠다. 김 사장은 또한 올 여름에는 블리자드사의 또 다른 대작인 「디아블로Ⅱ」의 배급에도 성공을 거둬 주가를 더욱 올리고 있다. 김 사장은 21세기프로게임협회 회장으로 프로 게임리그의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 배급사인 EA의 한국지사인 EA코리아에서 총괄 매니저를 맡고 있는 한정원 부장 역시 LG소프트 출신으로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넷드림의 최영 이사는 해외통으로 이름이 나 있다.
LG소프트에 비해 숫자는 적지만 SKC 출신 역시 게임 업계에서 뚜렷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게임 배급사인 위자드소프트에는 심경주 사장을 비롯해 SKC 게임 사업팀 멤버들이 핵심 인력으로 포진하고 있으며 게임 전문 온라인 쇼핑몰 업체인 공일넷의 오일식 사장, 이소프트넷의 최승철 이사 등이 SKC 출신이다. 위자드소프트의 심경주 사장(39)은 창업 1년 6개월이 채 안된 현재 위자드소프트를 업계 내에서 가장 탄탄한 배급사중의 하나로 끌어 올린 입지전적인 인물. 심 사장은 게임 시장을 읽어내는 탁월한 분석력으로 한빛소프트의 김영만 사장과는 다른 형태의 성공을 일궈 낸 인물로 평가된다. 심 사장은 패키지 배급은 물론 온라인 게임 등 e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집중해 2002년 650억원의 매출에 5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는 기업으로 키워 놓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사업을 전담했던 영상사업단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체되면서 많은 인력이 다른 분야로 전업함으로써 뚜렷한 인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미디어콘텐츠센터(센터장 서병문 전무)내에 일부 인력이 남아 있으며 휴대형 게임 전문업체인 지오인터랙티브의 김병기 사장, 온라인 게임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니엄의 최요철 사장 등이 삼성전자 출신으로 앞서가고 있는 사람으로 꼽힌다. 김병기 사장(37)은 97년 8월 지오인터랙티브를 창업, 국내 업계로서는 드물게 휴대형 게임분야에 눈을 돌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CE 환경에서 사용하는 최초의 3D 골프 게임을 개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기업들의 PC 패키지 배급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게임 개발사들도 속속 등장했다. 90년초에서 92년까지 미리내, 소프트액션, 패밀리프로덕션 등과 같은 게임 개발사들이 생겨 났으며 소프트맥스, 막고야 등이 93년에 창업했다. 자생적으로 생겨난 이들 1세대 게임 개발사중에서 소프트맥스의 정영희 사장(36)은 국산 패키지 게임의 자존심으로 불리고 있는 명작 「창세기전」 시리즈로 일가를 이뤄 낸 인물이다. 여장부 스타일의 정 사장은 창업 2년째인 95년 12월 창세기전을 개발해 당시 국산 게임으로서는 최대 판매량인 5만 카피의 기록을 세웠으며 현재 시리즈 5종을 출시해 누적으로 70만 카피를 판매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94년 이후부터 게임 개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20대와 30대의 CEO들이 창업한 회사들이 잇따라 등장했으며 현재 국내 게임 개발사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손노리를 비롯해 트리거소프트, KRG 등이 2세대 개발사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게임 시장이 상승 기류를 타는 96년경에는 IT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노하우와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게임 벤처기업을 속속 창업한다. 3세대 게임 개발사로 불리는 이들 업체중에는 킹덤언더파이어의 판타그램이 대표적인 업체다. 올해로 약관 26세인 판타그램의 이상윤 사장은 90년 MSX용 게임을 개발하는 등 학생 시절부터 스스로 게임을 개발하다가 96년 판타그램을 설립,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킹덤언더파이어」를 개발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출시해 온라인 게임 산업을 주도해온 넥슨의 이민교 사장(31) 역시 신세대 벤처기업 출신으로 성공한 케이스. 이 사장은 91년 연세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학 당시인 1994년 12월 김정주 개발실장과 함께 넥슨을 창업해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 96년 게임을 상용화했다. 이 사장은 1999년 1월 넥슨의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2000년 8월에는 온라인 게임 개발사 협의회 회장직을 맡아 회사 안팎으로 분주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넥슨 설립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김정주 개발실장(32)은 92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94년 이 사장과 함께 창업해 넥슨이 온라인 게임 업체로서 최다 콘텐츠를 보유한 게임사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지난 98년 9월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상용화해 올해 55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는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엔씨소프트를 이끌고 있는 김택진 사장(33)은 한글과컴퓨터의 이찬진 사장과 함께 아래아한글 초창기 제품을 개발했다. 아미넷(현재 신비로) 개발팀장을 거쳐 98년 엔씨소프트를 설립했다.
마리텔레콤의 장인경 사장(48)은 71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삼성전자, 삼성HP, 쌍용컴퓨터, 생산기술연구원 등을 두루 거쳐 94년 7월 마리텔레콤을 설립했다.
장 사장은 텍스트머드 게임 「단군의 땅」을 개발, 시장에 뛰어 들었으며 이 게임은 나우누리를 통해 선보인지 한달 만에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콘텐츠로 떠올랐다. 장 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98년 10월 미국지사를 설립하고 웹게임 「아크메이지」를 미국에 서비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으며 현재 3D 온라인게임 「스타밧마테르」를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레드문」의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김양신 사장, 위즈게이트 손승철 사장, CCR 윤석호 사장, 태울의 조현태 사장 등이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CEO들이다.
아케이드 게임 분야에서 어뮤즈월드의 김정률 회장(46)은 80년대에 아케이드 게임사업을 시작한 터줏대감으로 꼽힌다. 94년 한국게임제작협회를 출범시켰던 김 회장은 어뮤즈월드를 통해 「EZ2DJ」와 같은 히트 상품을 양산, 국산게임의 성장을 주도해 왔다.
이오리스의 전주영 사장(33)은 신세대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인물. 전 사장은 국내 아케이드 게임업체로는 최초로 지난 6월 자사를 코스닥 시장에 등록함으로써 게임업계에 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지씨텍의 이정학 사장(37)도 빼놓을 수 없는 아케이드 게임업계 인물이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회사를 창업, 「환타지 오브 피싱」 「액추얼 파이트」 등으로 연매출 200억∼300억원에 이르는 지씨텍을 일궈 놓았다.
게임종합지원센터의 김동현 소장(43)은 학계 인사로서는 드물게 91년부터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을 벌여 왔으며 지난해 2월 센터 개설과 함께 게임 업체에 대한 지원과 육성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밖에 한춘기 한국게임기산업협회 회장, 은덕환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회장, 조정환 전국컴퓨터유기구유통협의회 회장, 박원서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 회장, 박대동 한국인터넷플라자협회 회장, 박영화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 회장 등이 게임 관련 단체장으로 게임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화산업부 콘텐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