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삼성이 변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지주회사인 e삼성인터내셔널(대표 신응환)과 오픈타이드(대표 김기종) 등 e삼성의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핵심조직의 성격과 역할이 「실무수행」 조직으로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삼성의 변화는 그간 「판짜기」에 집중돼온 삼성그룹의 e비즈니스가 본격적인 「내실 다지기」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과 이런 변화가 이재용씨의 경영일선 진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어떻게 변하나 = 변화의 핵심은 e삼성인터내셔널과 오픈타이드의 「탈」 지주회사다. e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주회사인 e삼성인터내셔널도 앞으로는 벤처발굴 및 투자 등 사업에 직접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본, 중국 등 각 국별로 두었던 e삼성아시아 조직을 싱가포르에 있는 e삼성아시아와 통합,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삼성인터내셔널이 지주회사로서 처음 투자해 설립한 오픈타이드 역시 같은 맥락의 조직변화를 꾀하고 있다. 오픈타이드 미국 본사와 한국조직 대표를 겸하고 있는 김기종씨는 『지주회사 성격의 오픈타이드 미국 본사 조직을 실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강화하고 중국, 일본 등의 아시아 각국 조직은 오픈타이드코리아에서 총책임지는 것으로 조직개편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왜 변하나 = 업계에서는 e삼성의 사업이 본격적인 「내실 다지기」 시점에 이른 것으로 분석한다. 판을 짤 당시 이재용씨가 직접 나설 경우 자금출처에 대한 시비에 얽매이는 등 부담이 큰 만큼 지주회사를 내세웠지만 지금 상황은 그 수순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주회사 역할은 다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e삼성인터내셔널이란 지주회사가 보유한 400억원과 에버랜드, 삼성SDS, 삼성전자 등 이재용씨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출자형식을 빌어 추진된 주요 사업은 e삼성아시아를 비롯해 e삼성아시아와 국내 12개 벤처기업이 공동으로 설립한 아시아허브, 오픈타이드US와 국내 및 아시아 각국 조직 그리고 금융포털 가치네트 등으로 당초 그렸던 그림의 대부분이 완성됐다. 결국 사업의 틀이 완성된 상황에서 e삼성인터내셔널은 더 이상 지주회사로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실질경영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이재용씨의 위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이재용씨가 대주주라고 하지만 조직이 설립된 후 「자기 구력」을 갖고 굴러가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려는 외부의 힘이 있다면 반발이 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너」의 힘이 절대적으로 먹혀들던 때와 달라진 시대적 변화를 고려할 때도 이재용씨의 「의지」가 사업에 전적으로 반영된다는 점을 보장할 수 없다. 결국 「지주회사와 투자회사라는 관계만으로는 사업을 직접 챙길 수 없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란 해석이다.
◇남은 문제 = 최근들어 불거지고 있는 「e삼성 조직간 불화설」도 주목해야 한다. e삼성과 오프라인 삼성그룹 관계사간의 불협화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e삼성간의 갈등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항간에 도는 「오픈타이드의 역할이 e삼성인터내셔널이 발굴한 벤처지원으로 축소된다」는 소문이 한 예다. 오픈타이드측에서는 『역할이 축소되는 마당에 세계적인 웹에이전시와 어떻게 전략제휴를 체결하겠느냐』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 진행되는 벤처지원의 실무를 오픈타이드아시아 조직에서 맡는다』는 e삼성아시아 윤지원 대표의 설명에서도 e삼성과 오픈타이드간의 「역할분담」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지주회사로 머물러 있던 오픈타이드US 조직이 실제 인력을 갖춘 웹에이전시로 나선다는 점 또한 e삼성인터내셔널과 긴밀한 관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e삼성 변화에 대한 관심은 「과연 이재용씨가 경영일선에 나설 것이냐」는 대목으로 옮겨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비록 「과징금 부여」 정도로 끝날 것으로 보이는 공정위 조사지만 조사과정에서 보였던 공정위 태도는 세간의 이목을 이재용씨 한 인물에 집중시키기에 충분할 정도여서 이 소란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전면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재용씨는 올 1년간 16개사의 크고 작은 벤처기업을 거느린 「작은 삼성」의 오너가 됐다. 이 정도 규모면 e삼성 관계사간의 업무조정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가치네트처럼 특정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은 예외지만 벤처해외 진출만 해도 업무효율을 위한 역할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이제 닻을 올린 「e삼성 호」가 순항할지 지켜볼 일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