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을 공략해라>시리즈3

-현지시장 진출 전략

중견 콘텐츠 제공업체 A사는 중국시장 진출을 시작했다. 국내 사업모델을 약간만 변형하면 중국에서도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중국진출에는 조선족 중개인이 브로커 역할을 했다. 초기에는 모든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여러 종류의 준조세 부담, 비효율적인 인맥구축 작업 등으로 예상보다 많은 5억원의 초기비용을 들였다. 법인설립 허가과정 및 사업운영방식을 놓고 각각 중국정부 관계자들, 파트너업체 관계자들과 심각한 의견대립을 겪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웹디자이너 등 기술인력을 고용했지만 1인당 월 100만∼200만원 이상의 인건비가 소요데는데다 의사소통 및 문화 차이 등으로 마찰을 빚었다. 동영상 등 각종 이미지 파일은 속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어쩔 수 없이 당초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네티즌의 반응도 냉담했다. 게다가 비슷한 서비스로 진출한 국내 경쟁업체까지 가세, 설상가상의 상황이었다.

국내 IT업체들의 중국시장 진출은 지난 99년부터 급속히 증가, 현재 150여개 업체들이 중국진출을 추진 또는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성공」의 문패를 단 업체는 찾기 어렵다. 이는 다분히 중국시장의 특성을 모르고 국내식 관점에서만 바라봤기 때문이다.

중국 인터넷시장은 타 국가보다 더 철저한 시장조사와 함께 분석이 따라야 한다.

첫째, 중국에 대한 총체적 사전분석을 통해 선입견에서 탈피해야 한다. 중국의 인적 네트워크인 「관시」는 우리나라 인맥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관시는 고위직 인사보다 「실무직책에 앉아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을 더욱 중요한 대상으로 한다.

둘째, 조선족 중개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200만 조선족 중 단 한번이라도 인터넷에 접속한 사람은 후하게 잡아도 2만∼3만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조선족을 의지하기보다 국내 중국전문가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중국 인터넷산업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접속서비스분야는 정부가 독점, 민간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WTO 가입이후 1∼2년 동안은 직접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콘텐츠분야는 구인·구직 사이트가 인기가 높다.

넷째, 과장에 현혹되지 말고 현실적 수익모델을 갖추었거나 정부와의 관시를 보유한 파트너를 물색하라. 과장은 수사법이다. 파트너 역시 수익모델을 가진 선발업체를 택하는 것이 좋으며 무엇보다 중국정부가 인터넷산업에 개입하고 있는 만큼 정부기관과의 관계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시장규모를 분석하고 지역별로 차별화된 사업전략을 구사하라. 중국은 13억의 소비자가 존재하는 단일시장이 아니다. 지역 인터넷시장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실정에 맞는 차별화된 사업전략이 중요하다.

여섯째, 한국 대중문화를 마케팅수단으로 이용하라. 한국의 드라마, 가요는 중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TV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호평을 받은 이후 한국 드라마 수출이 계속되고 있으며 안재욱, HOT, 클론 등은 최고의 인기스타다.

일곱째, 중국의 인터넷기술을 얕잡아 보면 안된다. 중국의 인터넷 기술은 다국적 기업들의 진출로 짧은 기간 성장했다.

여덟째, 중국화된 IT관련용어를 숙지하라. 「루요우치(路由器)」 「샨디네이춘(閃電內存)」 「쭈아와(爪●)」 등 중국어 사전에도 없는 이 세 단어들은 각각 라우터, 플래시 메모리, 자바를 의미한다. 중국어를 어지간히 해도 알기 쉽지 않은 단어들이다.

아홉째, 최소한 두 곳 이상의 정부기관과 꽈ㄴ시를 형성해라. 인터넷산업의 경우 10여개 정부기관이 각자의 권한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정책적 혼선을 막기 위해 최소 두 곳 이상의 정부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

열째, 자사의 진출이 중국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켜라. 중국정부는 인터넷산업을 중국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육성하는 만큼 중국의 전략과 부합됨을 설득시켜야 한다.

열한번째, 중국 유학생과 화교출신 고급인력들의 활동 및 중국어권 기업들의 중국진출 동향을 주시하라. 이들은 대개 폐쇄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제휴는 어렵지만 문화적 동질성으로 접근하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등 본받을 점이 많다.

열두번째, 경험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형성하라. 국내 중국전문기관이나 국가 지원센터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대부분 IT분야에 취약하지만 큰 선상에서 볼 때 이들 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