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비접촉식(RF)교통카드를 도입하면서 제각각 서로다른 전자화폐시스템과 결합시키고 있어 향후 IC카드 전자화폐 시장이 표준화가 안된 「지역분할구도」로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교통카드와 전자화페를 결합한 K캐시·A캐시의 채용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최근 몬덱스·V캐시마저 접촉식과 RF식 교통카드를 전자화폐에 채용할 태세여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재 개막중인 IC카드 전자화폐시장에서 시스템 중복투자와 국가적인 예산낭비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현황=금융결제원과 시중은행권 공동사업자인 K캐시가 최근 춘천시와 계약을 맺고 교통카드겸용 전자화폐를 보급키로 했다. 또 A캐시 역시 원주시·전북도와 각각 교통카드겸용 전자화폐 도입계약을 체결하고 지자체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근 K캐시·A캐시의 사업수주에 자극받은 몬덱스와 V캐시마저 교통카드겸용 전자화폐 발급을 추진중이다. 몬덱스는 국민패스카드와 결합한 하이브리드카드를 보급키로 했으며, V캐시도 콤비카드 형태로 교통카드(RF)를 수용할 계획이다. 여기다 그동안 지자체별로 추진해온 교통카드용 전자화폐 사업까지 포함하면 더욱 혼란스럽다. 부산은 하나로교통카드와 전자화폐를, 대구·경북도 경덕전자로부터 독자적인 전자화폐시스템을 도입키로 하는 등 차세대 전자화폐 시장이 벌써부터 지역분할 구도로 굳어져가고 있는 분위기다.
◇문제점=사업자와 지자체별로 제각각 콤비 전자화폐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빚어지는 가장 큰 문제는 「호환불능」이다. 예를 들어 한 지역의 특정 전자화폐 사용자는 다른 지역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표준화가 안돼 지역별로 호환이 안되는 RF교통카드와 마찬가지로 콤비 전자화폐도 절름발이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각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중인 전자화폐 사업이 국가적인 예산낭비와 중복투자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몬덱스 관계자는 『전자화폐 사업 상용화를 위해서는 일반 가맹점보다 교통카드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라면서 『교통카드가 전국적으로 표준화되지 못했던 태생적 한계가 결국 전자화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원인=전자화폐가 서로 호환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교통카드가 결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카드의 경우 RF기술에 따라 단말기 호환이 불가능해 결국 시스템 중복투자는 불가피하다. 최근 거의 모든 전자화폐 사업자와 지자체가 교통카드를 필수서비스로 채용하면서 기존 접촉식 IC카드도 RF칩을 내장한 콤비카드 또는 하이브리드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K캐시는 「ISO-14443B」타입을, A캐시·V캐시는 「ISO-14443」타입을 각각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책=다국적 IC카드 전문업체인 젬플러스 관계자는 『호환이 안된다는 문제점외에도 대부분의 콤비카드시스템이 아직은 안정성 측면에서 검증이 안됐다』면서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향후 감수해야 할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경쟁적으로 전자화폐 도입사업에 나선 각급 지자체들도 성급한 정책결정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자화폐는 단일 지자체를 넘어 향후 국가적인 차원의 정보기술 인프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와 금융권, 정부가 합심해 전자화폐 표준화를 위한 협의를 벌여야 할 시점』이라며 『표준화 논의가 늦어질 경우 시스템 중복투자에 따른 부담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