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들이 국내에선 맥을 못추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브로드비전, 넷퍼셉션, 시벨, 라간 등 외산 CRM 솔루션이 국내 기업들로부터 외면을 받거나 CRM을 구축하고도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는 외산 제품들이 국내 CRM 시장을 이끌면서 산업 활성화의 주역으로 부상할 것이라던 당초 기대를 무색케 하는 현상이어서 주목된다.
지난해 연말부터 한국HP, 삼성SDS, 금향인터넷을 통해 수요발굴에 나선 브로드비전코리아(대표 김철수)가 지금까지 고객사로 3개사를 확보했다. 이중 A사는 자사환경에 적합하지 않아 원투원마케팅에만 활용할 뿐 다른 기능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1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에 전체 40억원을 투입하는 등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브로드비전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제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개발툴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A사는 시스템 호환성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넷퍼셉션의 개인화솔루션을 국내에 공급해 온 데이콤ST 역시 새로운넷, 한솔CS클럽, 삼성몰 등에 공급한 것이 실적의 전부다. 역시 넷퍼셉션을 국내 공급하는 넷빌은 아직 내로라할 만한 사이트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6월부터 영국 라간사의 CRM 솔루션을 국내 공급하고 있는 한진정보통신과 BSK도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견기업 및 금융권을 겨냥해 야심찬 출발을 보였던 BSK는 『내년으로 넘어가야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담하는 분위기다.
시벨코리아 역시 SK텔레콤을 제외하고는 신규고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비넷의 국내공급사인 다우기술, 엠피씨 등도 아직 수요처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이외 피보털소프트웨어의 CRM을 공급하고 있는 CJ드림소프트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외산 CRM 공급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아직 CRM 시장이 여전히 탐색기에 불과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술지원이나 컨설팅 인력이 부족한 것도 주효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공급사 대부분이 5명 내외의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있는 상황이며 국내 지사가 설립된 곳 역시 기술지원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본사에서 컨설팅인력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또 솔루션 가격이 고가라는 것도 기피되는 이유다. 저렴한 편에 속하는 것이 2억원이고 대부분이 10억원대여서 일반 기업들이 도입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국내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수가 많은 반면에 커스토마이징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