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컴퓨터(PC)산업에 대한 위기론과 이에 대한 반론이 거세다. 지난 13일(현지시각) 개막된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전시회인 컴덱스에서 이같은 논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어 전세계 컴퓨터업계가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하노버 세빗(CeBIT)이 정보기술(IT)산업의 추세를 보여주듯 컴덱스는 컴퓨터기술의 흐름을 나타내고 향후 기술의 동향까지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이곳에는 세계 주요 컴퓨터업체가 참가, 자사의 첨단 제품을 선보인다. 특히 경영자들은 IT를 나름대로 전망하고 그것을 밝히는 자리로 활용한다.
이번 컴덱스는 예년과 달리 PC에 대한 효용론이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과 그것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PC시대의 종언이라는 극단적인 것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PC의 운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개별 컴퓨터업체는 물론이고 전세계 IT산업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어서 이번 논쟁은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닌 듯하다.
우선 PC산업의 효용에 대해 의심을 보내는 측은 세계적인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으로 PC는 사용하기 불편하며 기존 소프트웨어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PC의 가장 큰 단점을 지적한 것으로서 설득력이 있다. IT업체들은 이미 이같은 PC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 컴덱스에는 개인정보단말기(PDA)나 팜PC 등 차세대 컴퓨터 들이 대거 전시된 것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PC 무용론은 여러 가지 점에서 한계가 있는 듯하다. 먼저 컴덱스란 자리는 주요 업체들이 자사의 이해에 따라 시장을 유리한 쪽으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을 강하게 보여 왔다.
벌써 수년 전이었지만 TV를 가지고 PC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오자 PC시대는 갔다고 컴덱스에서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결과 PC업체들은 PC에서 TV카드를 만들어 대응했고 결국 오늘날 PC와 TV 나름대로 각자의 시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나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사장은 무료 PC는 실패한 사업이며 일반적인 PC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을 했다.
그렇지만 인터넷이 보편화돼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어서 시장이 어느 정도 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소비자들의 판단일 것이다. 그들이 어떤 기능을 원하고 또 어떤 가격으로 그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는지에 달렸다.
팜PC나 네트워크PC가 일반 PC보다 값싸고 편리하다면 분명 PC시장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만약 이같은 추세가 어느 정도 가시화된다면 세계 IT업계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첨단기술의 흐름을 남보다 앞서 간파하는 것은 기업의 사활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IT업체들은 이번 PC의 효용을 둘러싼 논쟁을 진부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관심을 두고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참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