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디지털파워 세상을 바꾼다]73회-한국전기초자

자기자본수익률(ROE) 1위, 주가상승률 1위, 매출순위 219위(99년 기준)이면서 시가총액은 44위.

이는 한국전기초자(대표 서두칠)가 주식시장에서 거둔 성적표다.

디지털시대에 굴뚝산업의 대명사인 이 회사가 이처럼 주식투자가들의 관심종목으로 떠오른 것은 그동안 끊임없이 전개해온 구조조정의 결과다.

지난 97년 말 1100%가 넘는 빚더미와 노사분규로 퇴출 0순위였던 이 회사는 일본 아사히글라스로 경영권이 넘어간 이전부터 2년 넘게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무차입경영과 노사안정을 달성했다.

이러한 구조조정을 성공시킨 비결이 바로 「열린 경영」이다. 이 회사는 임직원들에게 사내 모든 정보를 낱낱이 공개한다. 이를 통해 「위기의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뼛속까지 바꾸는 구조조정은 성공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이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heg.co.kr)가 한몫을 단단히 했다. 임직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구미공장에서 굴뚝이 가장 많다는 이 회사가 실제로는 디지털이라는 첨단무기를 가장 잘 활용한 기업인 것이다.

사실 이 회사의 정보시스템을 보면 보잘 게 없다. 요즘은 중소기업까지 구축열기가 확산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이 회사는 아직 도입조차 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이젠 낡은 시스템처럼 취급받는 경영정보시스템(MIS)을 올해 들어서야 본격 가동했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최고경영자에서 말단 현장 작업자까지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지식경영을 구현하고 있다. 비결이 뭘까. 대답은 간단하다. 이 회사는 있는 도구를 어떻게 쓰는지 잘 알고 있다.

한국전기초자는 지난해 말 인터넷 수발주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사나 협력업체

들은 이 시스템에 들어가 재고를 수시로 조회할 수 있다. 부족하다 싶을 때 견적서나 발주서를 내고 그 결과도 곧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전기초자는 지난 8월 어음지급 방식을 현금지급 방식으로 완전히 바꿨다. 거래업체들은 어음을 결제하기 위해 이 회사를 방문할 필요가 없다. 지정한 결제일에 인터넷을 통해 입금 사실을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납품 내역의 조회와 타행환 송금 등의 업무도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어음 수령에 따른 금융비용과 업무비용을 절감하는 것보다도 결제일에 맞춰 계획성 있게 자금을 운영할 수 있는 게 더 큰 이익』이라고 말했다.

한국전기초자가 디지털 경영을 이루기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임직원 개개인의 정보기술(IT)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춰 놓아도 이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 쓸모가 없기 때문이

다.

특히 이 회사는 관리직보다 현장 작업자의 정보처리능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무리 생산라인을 자동화하더라도 현장 작업자의 성의가 없으면 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장 작업자의 참여 의식을 높이려면 회사와 자신은 한몸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경영자의 생각을 들을 기회는 바로 인터넷인데 이를 수시로 접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회사는 현장작업자에 대해 정보처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8회 과정으로 실시되는 교육은 지난 5월부터 실시됐는데 1200여명의 현장사원 가운데 무려 530여명이 교육을 받아 내부 자격증을 땄다. 올 연말까지 모든 사원들이 자격증을 따도록 한다는 게 이 회사의 계획이다.

사원뿐만이 아니다. 한국전기초자는 사원 가족들을 초청해 10일 코스로 정보처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원 가족들도 인터넷을 통해 회사 사정을 속속들이 알아야 회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북돋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전기초자는 다른 업종과 달리 고객사가 한정된 중간재 산업의 특성상 첨단 정보시스템 구축이 더딘 편이다. 그렇지만 날로 시스템화하는 추세에 발맞춰 더욱 상향된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지식경영은 물론 e비즈니스에도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내년에 지식관리시스템의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며 장치산업의 특성상 필요한 설비관리시스템도 늦어도 2002년 중반까지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다.

그 다음에는 ERP를 구축해 사내 모든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전기초자는 이같은 마스터플랜을 실현하는 과정에서도 임직원 개개인의 공감대 형성과 적극적인 참여에 가장 역점을 둔다.

서두칠 사장은 『기업간(B2B) 상거래, 기업과 소비자간(B2C) 상거래다 말이 많지만 e비즈니스의 핵심은 결국 사람간(P2P :Person to Person) 상거래이며 우리가

당장 집중하는 게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기초자가 「회복불능」의 수렁에서 헤어나온 것도, 다른 회사에 비해 그다지 나아 보이지 않은 정보시스템을 갖고 지식경영을 선도하는 것도 모두 사람의 힘에 의해서다.

최근 퇴출 위기에 직면하거나 정보화 투자를 확대하는 제조업체에 한국전기초자는 적절한 벤치마킹 대상이 아닌가 싶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