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제조회사들이 인터넷 비즈니스를 추진하면서 가장 먼저 그리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전자상거래다. 자사에서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인터넷을 이용하여 소비자나 기업에 직접 팔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제조업체들의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기존 대리점이나 대형 소매상들이 작용하고 있다. 원래 디지털 경제의 상징인 전자상거래는 「중간 개입자 제거 또는 축소」로 특징 지워진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있는 다양한 계층의 유통상들을 대폭 줄여 그 이익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미 전자상거래 이전에 「가격파괴 할인점」이라는 유통 채널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런 연유로 비롯되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매력중 하나는 직거래를 통한 가격 할인이다. 전통적 제조업체들은 생존 차원에서 전자상거래를 추진하지만 첫번째 부딪히는 어려움은 기존 상거래를 주도해온 대리점이나 유통점의 반발이다. 인터넷 상거래를 통해 가격을 할인하게 되면 기존 대리점들이 모두 문을 닫게 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미국의 가정용품 제조업체인 러버메이드 홈프로덕츠는 최근 온라인 판매를 중지했다. http://www.rubbermaid.com에 들어가 보면 제품 소개는 하지만 인터넷으로 판매하지는 않는다. 원하는 상품을 고르고 구매를 하고자 하면 마우스로 「Store Locator」라는 버튼을 클릭하면 가장 가까운 판매장을 고를 수 있도록 한다. 소규모 소매상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들이 실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전세계 시장점유율 2위를 자랑하는 국내 가정용 의료용품 제조업체인 S사는 이미 기존 유통망과의 관계유지를 위해 전자상거래를 통한 판매의 경우에도 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전자상거래를 통한 판매가 활성화 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전자상거래로는 장사가 안돼』라고 할 뿐 방법을 바꿀 생각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출판업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도서정가제」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문제의 발단은 그간 출판업계와 출판물 유통업계가 고수하고 있던 각종 도서의 정가판매제도가 인터넷 상거래의 급속한 확대와 더불어 등장한 온라인 서점들의 할인판매전략과 충돌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출판 및 인쇄진흥법안」에 따르면 그간 할인판매를 시행해왔던 인터넷 서점들은 앞으로 할인판매를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고 그에 따라 이제까지 기존 대형서점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점이 없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이에 대해 인터넷 서점에서는 생존을 걸고 도서정가제의 시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하며 인터넷을 통한 서명운동을 통해서 여론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생 인터넷 서점의 출현으로 매출액 급감이라는 위기를 느끼고 있는 기존 오프라인 서점들과 츨판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의 절대적인 지지를 표명하며 몇십년간 지켜온 도서정가제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모두 생존과 연결되어 한치 양보도 하지 않을 움직임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관행으로 바라보지 말고 생각을 바꾸어 인터넷 시대의 흐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 해법을 이미 부동산 거래에서 시행하고 있는 「원천 정의(Source Define)」 방법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다음 호에 그 대안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