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의 세계>(20)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가(1)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가 하는 질문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완성도가 높은 그럴 듯한 게임에 관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마케팅에 입각해 수요가 예상되는 게임에 관한 것이다. 두 문제가 대립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출발지점이 다르다는 점은 환기할 필요가 있다. 전자가 세계적인 타이틀과 명성이라면 후자는 돈이다. 물론 전자가 후자를 담보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경우겠지만 현실은 항상 냉정하다.

대부분의 게임 회사들이 전자에 무게를 싣는다. 물론 후자에 방점을 찍는 소위 아케이드게임 전문 회사들도 있지만 후자를 강조한다고 해서 세계적인 제품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결국 문제는 제품으로 말해지기 때문이다. 의욕은 앞섰지만 값싼 아케이드 게임만도 못한 게임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며 한두 번의 실패가 결국 표절과 모방으로 선회하게 만들지 않던가.

편의상 먼저 후자인 마케팅의 관점에서 게임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부터 논해보자.

지금 게임시장은 「네트워크」와 「몸」으로 하는 게임으로 달아올라 있다.

굳이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뿐만 아니라 한물 간 게임들도 네트워크라는 조건으로 새로운 활황을 맞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스타크래프트처럼 복잡하지 않은 단순 게임들이 손쉽게 네티즌을 게임으로 불러들이고 있는데 그동안 컴퓨터상의 기록경신이라는 목표에서 다른 게이머와의 경쟁이라는 승부심리가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얼마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추세에 따라 유사한 게임들이 연이어서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 예를 들면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연날리기, 땅따먹기 등이 네트워크 게임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으며 네티즌은 옛날을 회상하며 딱지를 따 모으는 데 혈안이 될 것이다.

승패에 따른 포인트는 곧바로 전자화폐로 환산이 가능한 전자상거래와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움직이게 된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라도 손쉽게 네트워크에서 게임을 즐기고 승부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 앞으로 얼마간 인터넷상에서의 게임열풍은 이러한 기조 하에 불어닥칠 것이다.

인기 있는 게임은 과거 속에 있다. 그 옛날 동네골목 여기저기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날이 가는 줄 모르며 했던 그 시절의 게임을 네트워크로 끌어 들여라.

인생은 결국 나선을 그리며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컴퓨터가 아이들을 제각기 찢어 놓았다면 오늘날 네트워크는 다시 그들을 한자리로 불러모으고 있다. 그리고 단순게임은 용량이 작아서 단순게임이라기 보다 게임과 승부 자체에 초점을 맞춘 보다 정형화된 심플한 구조라고 판단해야 한다. 딱지치기와 일본대전게임을 비교해보자. 어찌 보면 용량이나 그래픽에서는 상대가 안 되지만 게임 속에 녹아 있는 전략이나 다양성은 딱지치기가 훨씬 웃돌지 않는가. 이미 중독성과 몰입성은 그 옛날 판가름난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인간사회에서 인기를 잃지 않았던 게임인 소위 「사행성 조장게임」이 있다. 돈놓고 돈먹기 식의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행운에 의존하는 게임이 온라인상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다. 「사행심」이 멤버를 유치하고 방문을 위해 「호객」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몸으로 하는 게임은 아케이드에서 꺼질 줄 모르는 열풍으로 자신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데 조금만 생각하면 그 이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 몸에는 교감신경계가 있고 여기서 감각들을 제어하고 통제하는데 손가락과 눈만의 게임보다 전신을 이용한 게임에서 보다 더 흡족한 쾌감과 만족이 땀과 함께 찾아드는 것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기술의 발달이 가져다 준 과거로의 회귀며 본능적이고 생물학적인 귀결이다. 가상현실의 발달은 조금더 리얼한 활동력과 상상력의 공간을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좀더 짜릿하고 리얼하고 생생한 느낌을 원할 것이고 아케이드는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마케팅에 성공하고 싶으면 과거를 돌아보라. 이것이 현시점 게임시장의 진단이다.

임헌조 anicca@chollian.net <가이블 개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