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디지털 경영전략」 현대경제연구원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얼마전 이른바 인터넷을 무기로 내세운 닷컴기업들이 한창 주가를 올릴 때만 해도 「굴뚝산업은 이제 끝났구나」하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미 증시에서 닷컴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한 반면 굴뚝기업들의 주식은 거꾸로 치솟았다.
예상을 뒤집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놓고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진단을 내렸는데 공통된 결론은 「그래도 굴뚝산업은 죽지 않는다」였다.
그러나 굴뚝기업들이 안정론에 안주할 때 제조업의 미래는 없다. 지금 닷컴기업들이 직면한 위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생긴 것이지 닷컴기업 자체가 쇠퇴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굴뚝기업은 점차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며 디지털로 무장한 새로운 기업들이 경제의 전면에 나설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현대경제연구소의 디지털경제 전문가 20여명이 모여 만들어낸 「제조업의 디지털 경영전략」은 굴뚝기업과 디지털의 만남을 화두로 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은 닷컴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굴뚝기업들에 보다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디지털을 모르면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조업체이면서 디지털 경영전략을 효과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성공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통적인 전자업체인 소니는 「소니 스타일」을 만들어냄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리더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소니가 주창하고 있는 「소니 스타일」은 상품과 부가 네트워크 서비스, 응용 소프트웨어, 관련 정보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통해 소니와 고객간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니는 소니 상품의 판매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마케팅 전문 회사 「소니스타일닷컴재팬(http://www.jp.sonystyle.com)」을 설립하고 인터넷 직판 체제를 구축했다.
시스코도 「시스코 커넥션 온라인(Cisco Connection Online)」이라는 디지털 경영기법을 도입했다.
시스코는 1991년부터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서비스 제공 초기에
는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판매 제품의 결함 추적 및 기술적 조언 제공 등이 주된 서비스였다. 그러다가 1994년 봄 온라인 서비스 시스템을 인터넷 웹사이트로 올려놓으면서 전자상거래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했고 이름도 「시스코 커넥션 온라인」으로 바꿨다. 시스코는 인터넷을 활용함으로써 연간 3억6500만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이는 회사 전체 운영비의 17.5%에 달하는 액수다.
이 책은 디지털 경제의 이해에서 산업별 e비즈니스 도입 전략까지 디지털 경영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전통산업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의 조화, 경영 혁신 전략들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심층적 연구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1부에서는 디지털 경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 맞추어 새롭게 주목받는 사업 모델, e비즈니스 도입 전략, 디지털 시대의 노사관계 등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3장에서는 자동차, 중공업, 건설, 전자, 금융 등 주요 전통산업에서 실제 추진하고 있는 국내외 e비즈니스 사례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각 기업 경영 부문에서 발생하게 될 새로운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소개한다. 디지털 경제의 도래로 인한 새로운 경영 방식, 마케팅 전략이 주요 사례와 함께 설명된다. 특히 디지털 경제에 맞는 새로운 운영 시스템과 이에 걸맞은 경영자의 모델에 대한 실제적인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이제 알아야 할 것이다. 디지털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