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GM은 일본을 이기기 위해 40억달러를 투자해 모든 설비를 자동화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공장을 가동시켰으나 그 결과는 뜻밖에도 참패였다. 이에 GM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돌아가 일본 자동차 회사를 철저하게 벤치마크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형태의 지식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그 지식을 조직내 모든 인력이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GM은 놀라운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일본을 흉내내기에 그치는 실패를 경험하고 난 뒤, GM은 직접 일본에 가서 일본을 배우고 이를 통해 개인이 소유하게 된 지식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해 기업 내의 다른 직원과 공유함으로써 경쟁력을 몇 백, 몇 천배로 강화시킨 것이다.
사람의 행동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기업 전체의 행동습관을 개선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지식경영은 실천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많은 문제를 수반한다. 지식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첫째로 경영층의 굳은 의지와 확신, 그리고 지속적인 추진력이 요구된다. 어느 한 사람의 의지와 추진력만으로는 기업 내 지식경영의 문화가 형성되지는 않는다. 지식경영의 문화는 최고경영자와 종업원 모두가 함께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모두가 전략적인 지식경영 마인드를 갖고 나아갈 때 그 기업은 이전보다 몇 배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놀라운 업무처리 능력을 보일 수 있게 된다.
둘째,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새로운 생각을 부담없이 말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조직 안에서도 공짜 지식이 없다. 자신이 힘들게 얻은 지식을 아무에게나 쉽게 주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특히 많은 시간 및 노력과 비용을 들여 터득한 가치있는 지식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나 신뢰하고 친숙한 사이에는 서로의 비법과 아이디어가 쉽게 나누어진다. 따라서 지식경영을 잘 하려면 서로를 깊이 신뢰하는 기업풍토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어떤 아이디어가 개진될 때 이를 무시하지 않고 들어주는 분위기가 유지되어야 한다. 작은 아이디어라도 자유롭게 말하고 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풍토는 지식경영의 옥토가 된다. 반면에 의견개진이 묵살당하는 분위기에서는 진정한 지식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상사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동료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피하게 된다.
셋째, 적절한 평가나 보상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식경영에 적극 동참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 똑같이 평가되어서는 지식경영이 활성화되지 못한다. 국제적인 컨설팅회사들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이전에 전세계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기업내 다른 조직에서 과거에 수행되었던 유사한 프로젝트를 찾아보곤 한다. 지난 프로젝트 경험을 세밀히 검토해 잘못된 부분들을 보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시켜 보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동안 얻은 경험을 문서화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참고할 수 있게 한다. 이들이 애써 자신의 경험을 지식으로 정리하고 공유하는 이유 중에는 확실한 평가 및 보상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사내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얼마나 많이 활용하고 기여하는지가 인사고가에 상당한 비중으로 반영되기도 한다. 또 자신이 얻은 경험을 문서화해 지식 시스템에 입력할 때 금전적인 보상을 받기도 한다. IBM은 지식경영이 정착되기까지 수년간 컨설팅 프로젝트 한 건을 입력할 때마다 500달러의 장려금을 주기도 하였다.
넷째, 지식경영에 맞는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교환하고 또 자신의 경험을 쉽게 문서화하여 저장할 수 있고 저장된 정보를 쉽게 공유하려면 적절한 정보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또한 필요시 확장이 용이하도록 지식경영 시스템의 청사진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고 경영자의 결단이다. 지식경영은 하루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고 경영자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식경영을 추진할 때 그 조직에는 새로운 힘이 생기고 그 힘은 경쟁력을 배가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조직 곳곳을 흐르는 지식경영이라는 강은 비전을 가진 리더의 샘에서 솟아난다.
<김형회 바이텍씨스템 회장 hhkim@bite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