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ing Up]메타 슈퍼컴퓨팅

컴퓨터의 성능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는 것에 반해 단일 시스템으로는 물리적·기술적 한계로 인해 성능을 무한정 향상시킬 수 없다.

이같은 단일 컴퓨터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대두된 개념이 네트워크컴퓨팅(network computing)이다. 지난 70년대 초부터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제기된 네트워크컴퓨팅은 낮은 성능을 발휘하는 여러 대의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묶어 대규모 컴퓨팅 파워를 낼 수 있게 하자는 개념이다.

이 네트워크 컴퓨팅 중 최근들어 슈퍼컴퓨터 영역에서 각광받고 있는 개념이 바로 메타슈퍼컴퓨팅(meta supercomputing)이다.

메타슈퍼컴퓨팅은 여러 대의 이기종(heterogeneous) 슈퍼컴퓨터를 고성능의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초대규모 슈퍼컴퓨팅파워를 발휘하는 가상슈퍼컴퓨터를 구현하자는 것.

메타슈퍼컴퓨팅을 처음으로 구현한 곳은 미국의 알곤연구소. 이 연구소는 지난 70년대 초 10여개의 슈퍼컴퓨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 초대형 슈퍼컴퓨터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기상·물리 등의 문제들을 해결한 바 있다. 그 이후 메타슈퍼컴퓨팅에 대한 시도는 세계 각국에서 실시됐다. 그러나 초고속 네트워크 기술 제약 및 이기종 환경간의 데이터 호환, 기관간의 이해 부족으로 인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들어 네트워크 성능이 급격히 향상되고 단일 슈퍼컴퓨터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메타슈퍼컴퓨팅은 다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국제 슈퍼컴퓨터 전시회인 SC2000에서는 메타슈퍼컴퓨팅이 하나의 대논제로 대두될 정도로 메타슈퍼컴퓨팅은 앞으로 세계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핫 이슈가 될 전망이다.

특히 지금까지 메타슈퍼컴퓨팅이 특정 연구기관간, 혹은 국가간의 네트워크 수준에서 논의되고 시도됐다면 앞으로는 국가 차원을 넘어 전세계적인 네트워크 기반의 범 세계적인 슈퍼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상해보자는 단계까지 진전되고 있다.

즉 미국·일본·호주·유럽·아시아를 잇는 글로벌 메타슈퍼컴퓨터 시스템을 구현하자는 주장이 이번 SC2000에서 제기된 것이다. 아니 미국·일본·싱가포르·호주를 연결하는 거대 메타슈퍼컴퓨터 시스템 구축 계획이 착수된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메타슈퍼컴퓨터 시스템 구축사업이 시도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대표적인 슈퍼컴퓨터 연구기관인 연구개발정보센터는 자체보유한 슈퍼컴퓨터를 초고속 네트워크를 이용해 국내 각 기업 및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퓨터와 연결하는 가상슈퍼컴퓨터 네트워크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사업 초기단계에 있는 이 원대한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전국에 산재한 50대의 슈퍼컴퓨터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이는 거대 메타슈퍼컴퓨터 시스템이 구현된다는 게 연구개발정보센터의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수 테라플롭스(테라플롭스: 1초에 1조회의 연산능력) 정도의 연산처리 능력을 발휘하는 초대형 슈퍼컴퓨터를 사실상 보유하게 된다.

나아가 범지구촌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메타슈퍼컴퓨팅 조류에서 우리나라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