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위기로 연구인력 해외유출 비상

상당수의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벤처기업내 연구인력들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인력스카우트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을 고비로 벤처기업의 고급 기술인력들이 해외 기업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9일 과기부 및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난 1년간 연구인력을 꾸준히 늘려왔으나 벤처기업들의 자금난이 시작된 올 1·4분기 이후 연구원들의 채용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부가 기업연구소 388개를 표본으로 「기업 연구인력 이동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99년 7월 8만7871명에서 올 6월에는 10만611명으로 1년간 월평균 1061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기간에 퇴직한 연구인력 7300명 중 국내 연구소에 재취업한 인력은 전체의 74.3%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 2·4분기 이후 연구소를 떠나 재취업한 인력은 전체의 50.3%로 줄었으며 벤처기업 창업을 중간에 포기하고 기존 연구소로 재취업한 연구인력은 재취업인력의 32.8%로 퇴직 연구인력이 재취업인력을 초과하고 있다.

이는 이 기간 중 기업연구소 5894개가 새로 설립된 것을 감안한 것으로 실제 퇴직 연구원들의 연구소 재취업은 이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벤처기업 연구원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석박사급 연구인력의 경우 벤처위기론과 함께 해외 기업들의 인력스카우트 표적이 되고 있다.

장경철 산기협 부회장은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퇴직 연구원의 0.9%인 658명이 외국 기업의 해외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으나 최근 벤처위기론이 확산되면서 실력있는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노리는 외국 기업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기업 및 출연연에서 창업해 실패한 기술벤처의 석박사급 고급 기술인력들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내년부터 이들이 기존 대기업이나 출연연에 복귀하기보다는 해외 기업의 집중 표적이 돼 해외로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97년 IMF여파로 출연연이나 대기업에서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연구인력들이 정부의 벤처창업 지원정책으로 벤처기업들이 이들 고급 연구인력을 흡수했으나 최근 벤처위기론이 확산되면서 퇴출당한 벤처기업의 연구인력을 국내에서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이 사실상 없다』고 말하고 『정부와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고급연구인력과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대책을 촉구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