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연고지인 대구시에 때아닌 「앤티삼성 바람」이 불고 있어 가전유통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는 삼성이 상용차사업을 포기하면서 지역경제 몰락을 우려한 대구지역의 31개 시민·노동단체와 대구시청 등 민관이 이달초 공동연대해 대체투자를 요구하며 「삼성제품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 특히 대구 시민까지 여기에 적극 가세함으로써 앤티삼성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달초 삼성제품 불매운동이 촉발되면서부터 대구시민들은 가전·이동통신단말기·컴퓨터 등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곳에서 삼성제품 대신 LG전자와 대우전자 등의 제품을 구입하는 대체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대구지역 유통상가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같은 앤티삼성바람은 삼성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유통점보다는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고 단골고객이 비교적 적은 양판점과 할인점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에 소재한 하이마트 관계자는 『벌써 소비자 10명 가운데 2∼3명은 불매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 제품판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특히 TV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에 소재한 삼성전자 대리점 관계자도 『단골 고객들조차도 「삼성제품을 사면 안되는데」 하면서 불매운동에 동조하고 있어 그간 확보한 단골고객을 놓칠까봐 불안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정작 삼성전자는 이러한 파장이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징후를 아직 포착하지 못했다며 태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경북지사 관계자는 『불매운동 이후 눈에 띄는 매출감소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사태의 추이를 관망할 뿐 특별한 대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300여개의 자체 대리점과 하이마트 12개, 이마트 1개, 홈플러스 1개, 까르푸 1개 등 총 15개 가전유통점이 위치한 대구의 상권이 전국상권에서 주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구의 반삼성정서는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닌 실제 태풍으로 돌변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겉으론 태연한 척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불매운동과 관련해 대구시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말을 자제하고 웃어 넘기라는 식의 고객 응대요령을 대구지역 일선 대리점에 일일이 주지시키면서 앤티삼성바람이 한시바삐 사라지기만을 내심 고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