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전자유통상가에 국제통화기금(IMF)형 구매행태가 재현되고 있다.
최근 구조조정과 기업퇴출이 가시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돼 「소비의 양극화」 「실속형 제품 선호」 등 IMF 시절에 나타났던 소비형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달들어 프로젝션TV(완전평면TV 포함), 양문여닫이 냉장고 등 고급가전제품의 매출성장률은 변함없이 두자릿수를 유지하는 반면 중저가대인 보급형 제품은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소비 양극화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자양판점인 하이마트측은 『29인치 TV의 경우 200만원대 이상인 프로젝션TV의 성장률은 전월대비 약 20% 증가했으나 40만원대인 일반 TV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금액상으로 고급제품의 판매가 3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올 하반기 들면서까지 비슷한 모습을 보여왔던 상류층과 중산층간 구매행태가 이달들어 큰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고급형보다 30∼50% 가량 저렴한 세탁기·청소기 등 실속형 가전제품을 찾는 알뜰파 소비자도 점차 늘고 있어 필요 이상의 기능을 갖춘 값비싼 제품을 선택하기보다는 가격은 낮으면서 단순기능을 갖고 있는 실속형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 가전담당 관계자는 『중산층 소비자들이 경기부진으로 고급형 가전제품보다는 기능을 줄이고 가격이 싼 상품을 찾는 수요가 최근 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CJ삼구쇼핑 가전담당 관계자도 『2∼3개월 전만 해도 고급가전제품에 주로 매기가 몰렸으나 이달들어 국내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져 소비자들이 IMF 혹한기를 떠올리면서 알뜰형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은 꼭 필요한 가전품목이 아니면 구매를 연기하는 등 실리위주로 씀씀이를 줄여 나가고 있다. 실제 필수가전이 아닌 보조가전으로 분류되는 김치냉장고의 경우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전년대비 2배에 달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달 들어서는 판매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생산업체들이 당초 목표를 수정하는 등 물량조절에 들어갔다.
이처럼 IMF형 구매행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상류층 소비자들이 내수경기와 상관없이 고가제품을 계속 구매하고 있는 데 비해 중산층 이하의 소비자들은 경기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제품구매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가전매출 평균성장률이 상반기 성장률인 약 40%대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며 『IMF형 소비행태가 지속될 경우 극심한 내수부진이 예상돼 이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