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세 「3인방」 어깨동무 어디까지 계속될까

이웅렬(코오롱), 정몽규(현대산업개발), 최태원(SK). 재벌 2세 「3인방」의 공동행보는 어디까지 계속 될까.

「그룹 2세 경영」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3인의 공동행보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종횡무진으로 전개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주목은 지난 7월 그룹 2세 경영자들이 모여 기업간 상거래(B2B EC) 분야의 아시아비투비벤처스라는 기업을 만들면서다. 이 기업은 최근 코리아e플랫폼이라는 B2B e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 국내 대기업 주도의 e비즈니스의 한 축을 형성했다.

오프라인에서 형성된 기업간 경쟁구도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을 수 없다며 기존과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를 보여줄 것을 강조한 이들의 행보는 「오토큐브」라는 중고자동차 전문몰을 만들며 중고차 시장에 공동진출함에 따라 다시 주목받고 있다.

SK, 현대산업개발, 코오롱 등 3사가 출자해 60억원의 초기 자본금으로 설립된 오토큐브(대표 이효병)는 중고자동차매매상이다. 그러나 오토큐브는 단순한 자동차 매매상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최대 규모의 매장을 갖는 동시에 정비, 보험, 등록사무소, 은행 등 중고자동차 매매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춘 「메가몰」이다.

이들이 이 시장에 진출한 근본이유는 시장전망과 각 사별로 분명한 이해타산이 뒷받침하고 있다. 올 국내 중고자동차 시장은 약 10조원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올 중고차는 약 170만대가 팔릴 것으로 잠정 집계, 140만대로 예상되는 신차시장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한다. 선진국의 경우 자동차 시장이 신차에서 중고차로 넘어가고 있고 「메이커」에 의해 주도돼온 국내 자동차 시장의 변화 곡선도 이렇게 방향을 잡았다는 게 정평이다. 수익면에서도 중고차가 신차보다 훨씬 높다. 국세청이 밝힌 표준소득률(세금부과전)은 신차의 경우 12∼16%지만 중고차는 36%로 집계된다. 현재 국내 중고차매매상은 3600개. 그러나 모두 중소영세 업체다. 이 시장이 절대 「무주공산」이라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은 잘 알려져있다시피 「자동차 통」이다. 그룹 권력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면 부친인 정세영 회장의 뒤를 이어 지금쯤 현대자동차의 오너가 돼있을 것이다. 정 회장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바로 자동차분야에 대한 노하우를 살려 차기 산업으로 부각되는 중고차 시장의 1인자를 꿈꾸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토큐브의 실제운영을 정 회장측에서 맡고 있다.

주유소와 스피드메이트라는 정비소를 거점으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SK 최태원 회장도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사업이다. 특히 OK캐시백 서비스를 바탕으로 「국민 전체를 자사 온라인 서비스의 고객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객기반의 커머스 시장을 공략하는 SK 전략을 고려해도 수긍이 간다.

코오롱 이웅렬 회장의 결합은 자동차유통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된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코오롱상사를 통해 BMW의 국내 판매를 맡아왔다. 코오롱은 지난해 코오롱모터스라는 자동차 전문 기업을 만들었다. 내년부터 자동차 수입이 전면화되면서 수입차 판매가 보다 활발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도 무관하지 않다.

e비즈니스 영역은 사업성과가 당장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잠재적이다. 업계에서 이들이 어깨를 걸었을 때 「두고 봐야한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린 이유도 사업전개 과정에서 이들이 진정으로 전통적인 기업관행을 극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시장에서 이들이 뭉쳤다는 점은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직접 나타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3인이 뭉친 중고자동차 사업은 분명한 오프라인 사업이지만 온라인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고 여기서 3개 그룹의 e비즈니스와 연계도 필연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3인은 전경련 산하에 발족한 「e비즈니스 위원회」에서도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1세대가 벌여온 「선단식 경영의 폐해」를 진정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질서에 부합하는 신경영을 펼칠 수 있을 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업계 한 관계자의 견해처럼 이들의 행보가 「일회성이나 보여주기 식으로 그칠 것」이라는 당초 시각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3인방의 공동행보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주목할 만 하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