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증권가에 나돌고 있는 LG그룹의 자금악화설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17일 주력기업인 LG전자 외자유치설 조회공시요구와 그룹차원의 주가관련 대책마련 발표 등 주가하락 관련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LG측에서는 현상황에 대해 외자추진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조만간 구조조정의 성과와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가하락의 원인=LG측에서는 데이콤의 주가하락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데이콤의 주가는 연초에 그룹전체 평균주가의 58%를 차지했는데 현재 주가는 연초 대비 14배 이상 하락해 보유주식의 평가손이 발생, 일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전자와 정보통신 합병에 1조3000억원의 엄청난 대가를 치른 것을 주가하락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LG로서는 합병에 따른 매수청구권이 예상치를 뛰어 넘어 상당히 당혹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또 IMT2000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5년 이상 5조원 넘게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확보에 나선 것도 주가하락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한전계열사인 파워콤의 2차 지분매각에 참여할 계획이어서 추가로 2조원 가량의 자금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LG는 1조원 규모에 달하는 여의도 트윈타워 매각과 데이콤 지분매각을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았으며 주가하락과 채권시장 마비로 회사채 발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구안 계획=LG는 먼저 실적악화 및 주가하락과 관련, 『데이콤(연초 LG전체 평균주가의 58% 비중)의 주가하락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와 함께 LG의 구조조정 성과 및 향후 지주회사로의 전환계획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LG계열사의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LG텔레콤은 지난 6월말 현재 360만명인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매달 통화료 등 현금수입 1300억∼1400억원이 유입되고 있어 다음달말 회사채 만기분 1500억원 상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LG전자의 경우 LG정보통신과의 합병으로 인한 지분법 평가손실(172억원), 자사주 소각(558억원) 등을 손실에 반영해 경상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4·4분기에는 실적이 호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지난 9월말 현재 284%인 부채비율을 연말까지 200% 이하로 낮추기로 하고 이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상환우선주 발행(임시주총 12월 9일 예정)과 보유중인 비전자 계열사의 주식매각과 외자유치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대폭 축소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이콤은 저수익성 사업에 대한 축소를 통해 내년부터는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간망 구축과 용량확대가 어느정도 마무리돼 초고속인터넷접속서비스에 대한 신규투자를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 올해에는 당초 계획보다 1500억원 줄어든 5000억원, 내년에는 3000억원의 투자만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전망=증권가에선 LG가 무사히 연말을 넘기기 위해서는 3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한데 관건은 15억∼20억원의 외자유치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올초부터 LG전자 CRT사업부문을 네덜란드 필립스사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협상을 진행중이며 이미 실사는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번 필립스에 16억달러로 TFT LCD 사업부문을 매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CRT사업부문 하나로 10억달러를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LG는 이에 따라 CRT사업부문 외에 2∼3개 사업부문을 묶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외국업체와 5000억원 규모의 상환우선주 발행을 논의중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LG그룹의 펀더멘털 개선이 선행되지 않고는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이번 자구안 발표가 주가상승의 모멘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