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세계 경쟁 본격 점화

지난 주말 폐막된 2000년 추계 컴덱스에서는 디지털TV를 비롯해 다양한 디지털 정보가전 신제품들이 대거 출품됐지만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추계 컴덱스 전시회의 최대 이슈는 단연 e커머스와 무선인터넷 분야였기 때문.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양상이 내년부터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번 컴덱스기간 중에도 디지털TV에 대한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따라 내년 1월초에 열리는 동계 CES를 시작으로 봄에 독일과 미국에서 각각 개최되는 세빗(CeBIT) 전시회와 춘계 컴덱스 전시회에서는 디지털TV를 중심으로 각종 디지털 정보가전 제품과 디지털 디스플레이 제품이 각 전시장의 메인 전시품목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동계 CES에서는 차세대 디지털TV와 관련 제품들이 대거 쏟아져 나와 언론은 물론 관람객들로부터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본격적인 경쟁체제 돌입 =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부터 세계 주요 디지털 정보가전 업체들이 디지털TV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1년 동계 CES는 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 첫번째 전시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디지털TV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LG전자(제니스)·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 3사는 물론 후지쯔·JVC·도시바·마쓰시타·파이어니어·필립스 등 기라성같은 세계 주요 가전 업체들이 총 출동해 각사의 차세대 디지털TV와 관련 기술을 대거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는 세계 주요 디지털TV 업체들의 기술력을 한 자리에서 비교·평가해 볼 수 있는 디지털TV 기술 경연장이 될 것으로 예상돼 업계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경쟁업체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왜 내년인가 = 세계 주요 가전업체들이 동계 CES를 계기로 디지털TV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나서는 것은 내년부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북미시장에서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최대 수요처인 북미지역의 디지털TV 수요는 50만대 규모.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7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 정도는 세계 주요 가전업체들이 달려들기에는 아직까지 미미한 시장 규모다.

그러나 오는 2002년부터는 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오는 2005년에는 1000만대, 100억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늦어도 내년부터 기선제압을 통해 디지털TV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정병철 LG전자 사장이 최근 컴덱스 전시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부터 미국내 자회사인 제니스 브랜드를 디지털 브랜드로 집중 육성해 북미 디지털TV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와같은 맥락에서 풀이해 볼 수 있다.

◇ 가전 3사의 대응 = 내년 동계 CES 전시회에는 기존의 디지털TV와는 차원이 다른 차세대 디지털TV 신제품이 대거 쏟아져 나와 열띤 기술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 3사도 차세대 디지털TV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첨단 기능과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제품을 출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가전 3사는 대용량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내장해 디지털방송 녹화는 물론 인터액티브한 방송시청이 가능한 일명 개인용 디지털 녹화기로 불리는 PVR를 내장한 디지털TV를 이르면 내년 동계 CES 전시회에 출품한다는 계획아래 현재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미국시장에 선보인 대형 프로젝션 방식의 디지털TV에서 탈피해 꿈의 디지털 벽걸이형 TV로 불리는 PDPTV와 29인치 이상의 대형 디지털 TFT LCDTV, 차세대 LCD로 알려진 fLCD를 채택한 디지털TV 등 첨단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디지털TV를 선보인다는 것.

이와 함께 가전 3사는 디지털TV의 수요 진작을 위해 고화질의 HDTV 영상을 녹화·재생할 수 있는 DVD리코더 등 디지털TV 시대에 기존 아날로그 VCR를 대체할 차세대 디지털 저장기기도 대거 출품할 예정이다.

특히 초기에는 가격부담으로 인해 디지털TV 수요 진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아래 가격경쟁력을 갖춘 완전평면 브라운관 방식의 디지털TV도 내년부터 북미시장에 본격 출시, 시장점유율을 대폭 늘려나갈 방침이다.

가전 3사는 당장 내년부터 각각 북미 디지털TV 시장에서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디지털TV 시장에서만큼은 세계 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