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연동시장 지각변동 배경과 의미

한국통신과 데이콤 등 양대 기간망사업자에 의해 지배돼온 국내 인터넷망 연동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지난해 6월 나우콤·두루넷·드림라인·한솔텔레컴·한국피에스아이넷 등 16개 ISP들이 연합해 만든 한국인터넷연동센터(KINX)가 급성장을 하면서 1년 만에 양분구도를 정립관계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KINX는 지난 7월부터 자본금 7억5000만원의 별도법인으로 탈바꿈하면서 공격적인 시장공략에 돌입해 선발 양사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대응, 이 시장을 양분해온 한국통신인터넷망연동센터(KTIX)와 데이콤인터넷망연동센터(DIX)는 기간망사업자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품질을 제고하는 방법으로 견제에 적극 나섰다.

◇ 지각변동 왜 일어났나 = 인터넷망연동시장의 지각변동은 사실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됐다. 중소ISP들은 KTIX와 DIX로 양분된 시장구조에 오래전부터 불만을 제기해 왔으며 급기야 지난해 6월 별도의 연동센터를 구축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ISP들은 인터넷접속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군데의 연동센터에 자사 서비스를 연결시켜야만 한다. 그런데 국내에는 단 2곳의 연동센터만 존재해왔기 때문에 연동센터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때문에 KTIX와 DIX는 고압적인 자세와 비싼 연동비를 요구했다. 결국 중소ISP들은 이에 반발해 힘을 합쳐 별도의 연동센터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중소ISP들은 이후 고객들의 특별한 요구나 망 사정으로 인해 필히 KTIX나 DIX에 연결시켜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KINX는 기본 연동센터로 이용하고 백업용으로 KTIX나 DIX중 하나를 선택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당연히 KINX에 연동하는 ISP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소ISP들은 힘이 강해진 KINX를 지난 7월부터 별도법인으로 설립하고 회원사 서비스에 치중해온 사업성격을 본격적인 상업화로 전환시키고 내년까지 회원사를 50개로 늘리겠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 배경 = KINX가 영리 망연동센터로 돌변하고 사업확장을 호언장담하는 배경에는 중소ISP들의 급증과 인터넷데이터센터의 등장, 그리고 망의 다변화에 기인한다. 사실 KINX는 KTIX나 DIX와 달리 ISP와의 연동에 사용되는 망을 전혀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점은 가장 큰 약점이자 또 가장 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망이 한국통신과 데이콤에 의해 과점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ISP들은 별도의 망연동센터를 구축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로통신, 케이블망, 중계유선망 등 다양한 망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ISP들이 망 선택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경쟁으로 회선임대료가 낮아지고 보다 저렴한 접속료를 제시할 수 있게 되자 굳이 KTIX나 DIX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중소ISP들은 저렴한 연동비용을 목적으로 KINX를 일종의 계처럼 운영해 왔다.

더욱이 최근에는 IDC의 설립이 급증하면서 두 거인들과의 경쟁에서 자신을 가지게 되었다. IDC는 수많은 서버들이 집합하는 서버호텔이기 때문에 엄청난 ISP고객들이 집중돼 있다. IDC들은 수많은 고객을 동시에 연동시켜줄 수 있는 힘을 바탕으로 연동센터와 다양한 협상을 벌이면서 보다 유리한 연동센터를 찾고 있다. 현재 설립되고 있는 많은 IDC들은 KTIDC와 KIDC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소ISP들의 것이다. 때문에 KINX는 이들 IDC를 자신의 망연동센터의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차있다.

◇ 전망 = 정립의 3각체제로 전환된 인터넷망연동시장은 양분체제에 비해 이용자들에게 훨씬 유리하고 양호한 환경을 제공해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모든 ISP들이 주 연동센터와 보조연동센터를 3곳중 2곳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망연동센터에서는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망의 선택이 보다 다양해져 상대적으로 통신의 안정성이 높아짐으로써 인터넷접속이 끊어지는 불상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또 서비스경쟁으로 연동비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보다 저렴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용은 줄어들지만 망연동센터의 전송속도와 백업강화 등 품질제고로 보다 양질의 인터넷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관계자들은 특히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인터넷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되고 망 고도화의 속도가 보다 빨라짐으로써 인터넷산업 발전의 기폭제 내지는 촉매제가 되는 것을 가장 큰 혜택으로 꼽고 있다.

그동안은 망연동센터들이 트래픽을 수용할 수 없을 때에 이르러서야 망을 고도화하는 패턴이었지만 앞으로는 망연동센터들이 앞장서 고도화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