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가 지난주에 느닷없이 조직을 뜯어고쳐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임박한 통신부문의 분사다,
시스템, 네트워크, 단말기 등 3개 사업부문(SBU)으로 확대 개편된 텔레콤컴퍼니는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 등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사실상 독립회사다. 언제든지 자본만 유치하면 분사할 수 있다는 게 현대전자의 설명이다.
LCD부문의 반도체 통합은 뜻밖의 조치다. 현대전자는 올초 LCD사업을 다시 추진키로 했으나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곧 접지 않겠는가 하는 관측이 많았다. 계속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셈이다. 이로써 LCD부문은 투자재원 확보가 한결 원활해질 전망이다.
현대전자에 자본유치는 매우 절실한 문제다. 이 회사는 올 연말부터 내년 1분기까지만 약 2조원의 원리금 상환이 예정됐다. 총 부채의 70% 이상이 내년말 집중적으로 만기 도래한다.
현대전자는 올들어 반도체부문에서 발생한 막대한 영업이익으로 지난 상반기 현대투신의 부실을 씻어냈고 하반기들어 이자를 갚고도 이익을 남겼다.
현대전자는 내년말까지 외부자금 조달과 자산매각으로 3조5000억원, 영업에 따른 현금수입 4조1000억원 등 7조6000억원을 확보해 내년말 만기가 돌아올 6조3500여억원의 부채를 상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반등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반도체 가격 △경제 불안에 따른 자금시장 위축 △일련의 현대사태로 현대전자에 대한 신뢰성 상실 등이 겹쳐 이러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이 뜻대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다행히 현대전자는 최근 시티그룹과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사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 박종섭 사장은 이번 조직개편과 함께 사외이사 확대 등으로 독자경영의 길을 가고 있다.
현대전자의 이번 조직개편은 안으로는 사업 구조조정을, 밖으로는 투자유치에 용이한 이미지 개선을 이루겠다는 「양수겸장」으로 받아들여진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