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17일(현지시각)까지 나흘 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추계컴덱스2000이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규모면에서 예년에 비해 상당히 커졌다. 150여개국 2500여 업체들이 참가하고 25만명이 참여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버라이어티쇼」로 열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전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불황국면으로 빠져들고 있고 닷컴기업들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행사는 앞으로 IT기술이 산업을 주도해 나갈 것을 확인시켜주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컴덱스행사를 주관한 키3미디어사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요즘 세계 IT분야에 화두가 되고 있는 e커머스, 애플리케이션서비스제공(ASP), 리눅스, e모바일 등을 별도 부스로 마련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 중에서도 최대 이슈는 전자상거래였다. 인터넷을 이용한 e비즈니스시대를 맞아 어느 때보다 많은 전자상거래 관련 솔루션이 선보였다. 올해 처음으로 별도관으로 마련된 e커머스관에는 MS·오라클·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내로라하는 하는 100여개 업체가 트랜잭션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웹디자인툴, 카탈로그, 보안 등 다양한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내놓았다. 행사기간동안 열린 300여개의 세미나 중 전자상거래 관련 세미나가 절반 정도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또 SW·하드웨어·네트워크 등 세가지 IT 기본요소를 통합한 ASP서비스사업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하드웨어나 SW 특정제품 전시에 주력해오던 BMC소프트웨어·선마이크로시스템스·컴팩·노텔네트웍스·캔들코퍼레이션 등이 개발시간의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도 정보처리속도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다양한 ASP솔루션을 출품해 앞으로 ASP가 SW분야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이번 행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인간생활의 질적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수많은 제품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가정의 정보화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디지털홈네트워킹기술과 블루투스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무선망을 이용한 제품들이 대거 선보이면서 앞으로 인간생활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그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에릭슨이 일렉트로럭스와 공동으로 개발해 선보인 인터넷장치가 문에 내장되어 있는 냉장고 「스크린 프리지」, 도시바가 의욕을 갖고 내놓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내장한 헤드폰과 모니터를 부착한 손목시계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눈에 두드러진 것으로 리눅스의 약진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만7000여평 규모였던 리눅스관이 올해는 4만여평 규모로 커졌으며 제품전시와 병행해 280여개 업체들이 참가하는 「리눅스비즈니스엑스포」를 실시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번 행사에 참여한 래드햇이나 터보리눅스 등은 유닉스와 윈도NT와 같은 기존 IT 환경과 통합을 추진하며 IBM&HP 등 주요 컴퓨터업체와의 공생관계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리눅스가 앞으로 기존 시장잠식보다는 신규시장을 창출하고 리눅스를 포스트PC시대 운용체계(OS)로 키워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 리눅스의 밝은 미래를 짐작케 했다.
이번 컴덱스는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들에 새로운 탈출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그의미가 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0여개의 중소벤처기업들이 참여해야 했지만 올해는 100여개 업체들이 전자산업진흥회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한국관에 부스를 마련해 외국 관람객과 바이어 사이에서 의외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 업체은 행사기간동안 활발한 수출상담 활동에 벌여 4일 동안 모두 12억5183만달러어치의 수출상담과 1억2318만달러에 이르는 계약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2∼3배에 이르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들의 약진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이상근 전자산업진흥회 부장은 『한국업체들이 많이 참가하기도 했지만 기술면에서도 새로운 아이템들이 선보여 바이어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에서 출품된 제품 중에 인터넷 세트톱박스, 모바일데이터터미널(MDT), TFT LCD 모니터, 케이블 모뎀, MP3플레이어, ADSL 모뎀, VoIP 등의 첨단기술 제품들이 외국업체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발휘하면서 외국 바이어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추계컴덱스2000은 신기술의 경연장으로 생활과 기술의 혁신을 촉진하는 장이 되기도 하지만 기술과 도전정신을 갖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들에 희망을 주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그 역할을 다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