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펜티엄4 출시-메모리·디스플레이업계 반응

펜티엄4를 보는 메모리 및 디스플레이업계의 반응은 업체마다 약간 다르기는 하나 대체적으로 관망세가 우세하다.

업계는 새로 CPU가 등장할 때마다 PC수요의 증가를 촉발시켰던 상황을 이번에는 당장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이르면 내년 2·4분기부터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업체들이 펜티엄4의 등장이 당장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일단 최근 시황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등지에서의 경기 여파로 PC구매력이 워낙 떨어진 상황이어서 신제품이 나온다고 해도 수요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기존 펜티엄Ⅲ 탑재 PC의 판매만 떨어뜨리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괜한 대기수요만 부채질해 PC판매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에 나온 펜티엄4는 일단 램버스D램을 지원한다. 램버스D램은 성능은 우수하나 기존 SD램은 물론 경쟁 관계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에 비해 값이 비싸다. 가뜩이나 펜티엄4의 값이 비싼 상황에서 메모리까지 비싸면 PC 구매를 촉발

시키기 어렵다.

국내외 주요 D램업체들은 따라서 DDR SD램을 지원하는 펜티엄4가 나올 내년 상반기중에야 메모리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NEC 등 램버스D램에 주력하는 업체들의 경우 이번 펜티엄4의 출시를 계기로 시장이 본격 형성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걸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들 업체도 내심 본격적인 수요창출 시점을 내년 중반께 이후로 보고 있다.

D램업계가 정작 기대하는 것은 메모리의 대용량화다. 올들어 주력 D램이 63M에서 128M로 바뀌었는데 이번 고속 PC의 등장으로 내년부터 128M는 물론 256M가 주력 메모리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램 사업의 부가가치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다. 이미 D램업체들은 64M 생산라인을 업그레이드 또는 비메모리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는데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모니터용 브라운관(CRT) 및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업체들도 시장 전망은 메모리업체와 다를 바 없다.

지금까지 새로운 CPU는 디스플레이의 화면을 크게 하는 데 일조했으나 이번에는 기대하기 힘들다. CRT모니터나 LCD모니터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대형화가 이미 진전됐기 때문이다.

수요 자체도 내년 상반기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이번 펜티엄4의 등장으로 올들어 나타난 고해상도 경쟁은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CRT모니터의 경우 완전평면기술이, LCD모니터의 경우 SXGA급 이상의 고해상도 제품이 완전히 자리를 잡아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메모리 및 디스플레이 업계는 새로운 CPU의 등장이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향상」을 촉발시킬 것으로 본다. PC용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시장 경쟁의 변수도 바로 고속·고해상도 기술을 어느 업체가 얼마만큼 발빠르게 선보이느냐로 이어질 전망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