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가 지난 17일(현지시각) 세계적인 수탁생산(파운드리) 반도체업체들의 등급을 낮추면서 해당업체들은 물론 미국시장의 반도체 생산업체들까지 동반하락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주가향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메릴린치의 전망 이후 처음 국내시장이 열린 20일 삼성전자 주가는 6000원이 떨어진 15만5000원으로 장을 마쳤고 현대전자도 160원이 떨어진 7100원으로 마감됐다. 국내 수탁생산업체인 아남반도체도 150원이 하락한 5120원에 이날 장을 마쳤다.
이날 시장의 분위기만으로는 대만과 미국의 반도체주 폭락에 비해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주가는 낙폭이 적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메릴린치에 이어 추가적으로 반도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나오거나 외국 반도체업체들의 주가가 약세를 나타낼 경우 최근 하락국면이 진정된 국내업체들의 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
이 크다.
전세계 반도체주의 약세를 초래한 메릴린치의 댄 헤일러라는 애널리스트는 지난 17일 세계 최대 수탁생산 반도체업체인 타이완세미컨덕터매뉴팩처링(TSMC)의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조정하고 경쟁업체인 대만의 UMC와 싱가포르의 차터드세미컨덕터의 등급도 낮췄다. 향후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주문과 설비가동률이 앞으로 수분기 동안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에 따라 TSMC와 UMC는 각각 4.6%, 5.3% 떨어진 것은 물론 반도체업체들의 비중이 높은 대만 가권지수는 3.4% 떨어졌고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에 편입된 16개사의 주가도 일제히 떨어졌다.
대우증권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이미 국내 반도체업체의 주가가 충분히 하락한 상황에서 나온 악재라서 단기충격을 줄 수는 있지만 주가를 한단계 더 떨어뜨릴 만한 내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내년 1·4분기까지 D램 현물가격의 약세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부정적인 전망이 나와 주가반등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수탁생산은 웨이퍼공장을 운영하면서 고객이 직접 설계해온 반도체를 생산해 주는 사업으로 국내에서는 아남반도체·동부전자의 신규진출과 현대전자의 사업확대 등으로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