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인 X박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게임업체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산 게임 개발사인 판타그램(대표 이상윤)이 자사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킹덤언더파이어」를 X박스용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엔씨소프트(대표 이택진)·인터코리아앤모야(대표 주재선)와 같은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도 X박스용 게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애니메이션 전문업체인 디지털드림스튜디오(대표 이정근)는 X박스 게임의 배급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X박스는 MS가 내년 하반기 출시할 가정용 게임기로 소니·세가·닌테도 등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콘솔 게임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어놓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게임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마케팅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올해말이나 내년초에는 사업을 시작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경쟁적으로 사업전략을 내놓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업체들 =디지털드림스튜디오는 최근 MS와 서드파티 계약을 체결하고 X박스의 개발사(developer)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오는 12월부터 게임 개발에 착수, 내년 하반기 X박스의 출시에 맞추어 게임 배급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PC게임업체인 판타그램은 자사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킹덤언더파이어」를 X박스용으로 개발키로 하고 현재 MS와 협상을 진행중이며 내년 상반기중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게임업체인 인터코리아앤모야는 X박스용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지사를 통해 MS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코리아는 협상이 타결될 경우 국내 개발진을 미국 지사에 파견, 현지에서 X박스용 게임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온라인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지난 2월 MS사와 자사의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를 X박스용으로 개발하기로 합의했으며 넥슨(대표 이민교)도 X박스용 게임을 개발키로 방침을 정하는 등 X박스 진영에 합류하는 국내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왜 X박스인가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가정용 콘솔 게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소니·세가·닌텐도 등 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은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해 국내 업체들의 시장참여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개방정책을 내세운 MS의 X박스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MS가 X박스에 5억달러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투자해 기존 일본 업체 중심의 시장판도를 뒤집어놓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성공 가능성은 =국내 게임업체들의 시장선점 여부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으로 X박스가 어느 정도 성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들어 해외의 유명 게임업체들이 X박스용 진영에 가담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성공 가능성이 밝다. 소니의 게임기 PS2가 가장 강력한 상대지만 MS의 지명도에다 다양한 게임타이틀이 쏟아진다면 X박스는 PS2의 독점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세력으로 등장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렇게 된다면 X박스 진영에 합류한 국내 게임업체들도 막대한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동안 PC게임이 중심이었던 국내 게임 시장이 다양해지는 등 한 단계 성숙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