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혁명에서 전자(e)정부혁명으로.」
세기말에 시작된 인터넷혁명은 뉴밀레니엄을 맞아 그 속도를 늦추지 않고 오히려 더욱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자라난 인터넷혁명의 맹렬한 위세가 이젠 행정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기에 이른 것이다. 인터넷혁명의 여파는 정부를 움직여 기존의 아날로그시대적 사고와 서비스 형태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이미 인터넷혁명의 물결을 타면서 세계 각국은 이 혁명으로 인해 얼마나 새로운 경제가 창출됐고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충분히 인식했다. 이 인터넷혁명은 「0」과 「1」이라는 디지트(digit)를 통해 인류역사상 산업혁명에 비견되는 초유의 변화를 또다시 잉태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은 필연적으로 전세계 어느 정부라도 「e정부」를 구현하게 되는 결실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무엇보다도 e정부 구현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는 이를 지상의 과제로 삼기 시작했다.
이러한 e정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과 관심도도 예외는 아니다.
올들어 두드러지기 시작한 「e정부 구축」의 목소리는 재경부에서 처음으로 울려져 나왔다. 이러한 흐름은 산자부로 이어져 e산자부 구축의 목소리로 이어졌고 조달청은 이달초 전자조달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소리없는 조달혁명의 초석을 다져놓기에 이른다.
디지털혁명을 통해 이뤄진 경제혁명을 비롯한 생활양식의 변화흐름에 맞춰나가기 위해 정부도 디지털화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각 부처에서 내놓은 e정부 선언의 흐름은 우리 실정에서 볼 때 미국과 비교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e정부 선언이 단지 선언에만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각적 실천을 준비하고 있어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각 부처의 e정부 선언은 무엇보다도 공무원의 PC 및 인터넷 사용 교육쪽부터 시작되고 있는 분위기다.
전자정부 구축을 위한 기초에 들어간 각 부처의 움직임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 행정정보의 공유 및 지식기반 구축, 국민과 상호대화를 통한 열린정부 구축 등으로 요약된다.
재경부와 산자부의 전자정부 선언에 따른 추진계획을 보면 무엇보다도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e산자부는 대외비 등의 문서를 제외한 모든 결재와 보고문서를 전자결재와 전자보고를 통해서만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e정부의 공통적인 목표를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자는 개념을 읽을 수 있다. 종이서류를 통해 이뤄지는 업무를 전자문서처리방식으로 해결해 시간절약 등의 효율성을 확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다른 목표 중 하나는 부처내에 행정정보 데이터베이스시스템 구축을 통한 정보의 공유 및 지식기반을 구축하자는 데로 모아진다.
복잡한 서류더미는 없어지고 그 많은 데이터를 전자문서화·자료화하면서 네트워크를 통한 문서·자료의 접근성과 호환성은 속도를 얻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구축되는 시스템은 국민과 정부 관리간의 정보지식 공유는 물론 공무원간 정보 및 의견교류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된다.
e정부 구현을 소리높여 말하는 부처들은 여기에 덧붙여 사이버공간에서나마 국민과의 대화 등을 통한 열린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재경부가 재경부 홈페이지를 「국민과 대화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것도 이러한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열린정부의 시대에 걸맞은 국민지향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e정부의 시스템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e산자부 역시 주요 시책에 대한 사이버공청회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문서유통시스템과 홈페이지에 마련된 토론공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부내외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물론 이같은 선언에 앞서 조용하게 전자정부를 추진해온 e정부 부처의 선두주자로는 단연 행정자치부가 꼽힌다.
행자부는 지난달 행정부의 각종 문서결재를 전자결재로 대체하고 부처간 전자정보공유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법률안」을 마련해 입법예고, 정기국회에 상정해 놓고 있다.
이 법안은 지금까지 종이문서로만 제출토록 규정된 각종 법령조문을 보완해 컴퓨터를 통한 전자결재의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부처간에 행정정보를 온라인에서 공동이용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전자공문서와 행정업무용 컴퓨터의 표준화, 정보통신망 구축과 보완대책을 규정하고 전자서명을 통한 신원확인을 허용해 법적으로 하자없는 전자민원처리도 가능토록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모든 행정기관별로 인터넷 전자민원창구를 설치해 국민들이 전산망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민원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근거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혁명의 물결을 깨닫기 시작한 우리 정부부처들도 하나둘 「전자정부혁명이 대세」라는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물론 이같은 흐름은 행자부·정통부·산자부·재경부는 물론 전자조달 및 작전 등에 광속거래로 알려진 CALS조달체계를 구축한 국방부·농림부·해양부·외교통상부 등 전부처로 들불처럼 파급되고 있다.
이들 정부부처는 「e」라는 접두사를 붙여 전자정부의 일환임을 선언하고 나섰든, 정보화란 이름 아래 실질적인 e정부 구현에 나섰든, 디지털혁명의 한 가운데에서 뛰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각국 언론들이 올들어 앞다퉈 다룬 기사를 보더라도 향후 e정부의 중요성과 다가올 미래의 변화상을 가늠하기는 어렵지 않다.
지난 6월 영국의 세계적 경제지인 「더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넷이 향후 5년내 정부와 시민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전자정부혁명」을 예고한 바 있다.
또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8월 일본의 전자정부 설립에 대해 일정을 앞당길 것을 촉구했다. 이 신문은 전자정부 구현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로 「일본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행정서비스의 질이나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므로 영국과 미국의 전자정부시스템 구축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전자정부혁명의 진원지인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전자정부 구현을 앞서가고 있지만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우리의 e정부 구축과 관련한 분위기는 지금보다 더 나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좋다.
법안이나 제도, 그리고 각 부처의 e정부에 대한 인식은 물론 물리적으로도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이 당초보다 3년 앞당겨진 오는 2002년에 완료돼 지금보다 10배 빠른 서비스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보다 높은 수준의 e정부 구현을 위한 정부의 과제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e정부를 구현하려는 정부는 그 어느 정부라도 △e정부 시스템의 투명성 및 정보 상호교환성 확보 △접근가능성 제고 △정보화마인드 확산 등의 숙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해 가면서 보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