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세금고지 내용에 불만이십니까? 당신은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국세청은 수백명의 직원을 고용할 계획입니다…결혼 이후 세금고지서에 대해 불만이라고요? (지금) 당신 배우자의 세금 감면내용을 체크해 보세요…」
미국 국세청(IRS)의 홈페이지를 찾아 본 사람이면 누구나 이러한 내용을 읽고 정부의 대민서비스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이는 불과 1년전, 아니 5개월 전만 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미국 상무부조차도 지난해 「디지털경제보고서」를 통해 「머지않아」 개인의 세금양식을 전자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다소 불투명한 보고서를 낸 바 있을 정도였기에.
그러나 그 「머지않아」라는 기한은 불과 반년도 안돼 현실적 시간안에 포함되어 버렸다.
지난 6월 빌 클린턴 대통령이 「e정부 시대」를 선언하면서 『연방정부의 모든 온라인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퍼스트거브닷거브(http://www.firstgov.gov)」사이트를 신설하겠다』는 약속이 그대로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93년부터 98년까지 5년 동안 연방조달액수의 95%까지 전산화시키기 위한 목적의 연방조달 합리화법을 마련한 데 이은 결정판인 셈이다.
이러한 미국의 e정부 구축 성과는 지금 태평양 건너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나라의 행정정보서비스 내용을 손금보듯 자세히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정부 중심의 다양한 행정정보제공과 서비스 시도가 이뤄지면서 정부와 국민간 거리차가 줄어든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행정과정을 전산화하면 최소한 20% 이상의 일손을 절감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포함시킨다면 새삼 전자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성은 없다.
게다가 이를 통해 국민들은 마치 유리로 둘러싸인 사무실에서 일하는 공무원을 보듯 정부의 행정정보를 제공받고 서비스 내용을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디지털화에 따른 문서이동·상거래 등의 제반 변화는 필연적으로 정부의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e메일을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행정정보 요청 답신이 20여장짜리이면 정부에서 보낸 팩스회신을 다시 전자문서화해 이용해야 하는 기업들이 정부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인트라넷을 통해 앉은 자리에서 결재사안을 처리하고 이를 관계부처에 전송하는 발빠른 행정부와 그렇지 않은 쪽의 경쟁력 차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불과 몇년전 외국인이 한국에 공장을 지으려면 100건 내외의 인가서류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이후 정부는 규제완화를 선언하고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줄인다고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때 나온 것이 원스톱 서비스제다. 정부의 규제완화방침 이후 얼마나 서비스가 빨라졌는지 절대적 결과는 알 수 없다. 다만 여전히 서류 하나를 떼는 데 드는 절대적 비용과 시간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당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희망자들의 아우성 속에 행정규제와 아날로그식 절차상의 문제가 얼마나 국가 경쟁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가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이같은 예를 들지 않더라도 디지털 정보화를 기반으로 한 e정부화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는 정보화의 급진전과 함께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전자정부란 평균 50∼70개에 달하는 부처와 기관을 하나로 묶어 단일 창구를 마련하고 모든 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처리하겠다는 개념이다. 행정비용의 감축은 물론 공무원의 추가채용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e정부로의 변화는 행정의 효율화를 통해 더 작은 정부를 이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욱이 디지털경제 혁명, 또는 인터넷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경제분야에서의 영향
력은 최근 행정·정치분야로까지 파급·확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각국 정부도 부쩍 정보화에 주안을 둔 전자정부 추진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고 있다. 또 이러한 움직임은 클린턴 대통령의 전자정부 구현 선언에 뒤이어 최근 부쩍 가속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e코리도(e Corridor)」계획이나 일본정부가 지난해 말 시작해 2003년 완료키로 한 전자정부구현 계획 역시 이러한 야심찬 구상의 일환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96년 이래 주춤했던 전자정부 구축의 중요성을 새로이 인지하기 시작, 부처별 정보화를 강화하면서 e정부 구현에 한발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터넷접속이 안됐거나 심심찮게 다운되는가 하면 이제막 인트라넷 구축에 나선 부처가 다반사인 실정이다.
다행스런 것은 최근 완성된 조달청의 전자조달시스템 구축, 그리고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e마켓플레이스 구축 지원 노력 등을 통해 e정부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부의 행정정보 제공 및 서비스방식의 변화는 그야말로 「투명한 정부」 「열린 정부」를 원하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게 될 것이다. 또 간접적으로는 정부와 국민간 유대감·신뢰감 형성 및 진정한 민주주의의 형성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각국 정부의 움직임은 인터넷혁명에 기초한 이른바 「e정부 혁명」을 통해 「국민을 위한 정부」에 다가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지난 60년대 「국가(미국)가 여러분(국민)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 바라기 전에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자문해보라」고 사자후를 토했던 케네디의 명연설도 바뀌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서비스할 방법을 찾고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제도가 있다 하더라도 문제는 사람이다.
모든 정보화의 과정이 그렇듯이 e정부 혁명도 정부 관리들이 서류뭉치를 버리고 e정부 구축에 적극 참여할 때 비로소 보다 작은 정부, 보다 투명한 정부가 될 것이다 .
외국에 뒤처진 e정부의 현실을 보면서 그것을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꽃피울 수 있느냐 여부는 모두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