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도 전자정부는 구호에만 그치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당장 거론할 수 있는 장벽은 법제도의 문제다. 전자정부구현을 가로막고 있는 법제도상의 문제점은 그야말로 「관련」 법과 하위규정들이 여기저기 산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 관할법인 전자정부법은 입법론이 대두한 지 수년이 지나도록 결실을 보지 못하는 실정이고 그동안 「곁가지」만 뻗어나와 현재로선 정리작업조차 힘겹다. 누구보다 앞장서 법집행을 준수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전자정부의 주체로서 헷갈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정부는 결국 전면적인 조직혁신을 전제로 「조직의 e비즈니스화」를 추구해야 하는 만큼 전자정부법의 신속한 도입과 관련 법규정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주무부처별로 제각각 흩어져 있는 전자정부 관련법안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행정자치부 = 정부조직의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행자부는 오프라인 공무절차를 관장해왔던 주무부처. 그동안 공무원들의 업무관행이 e비즈니스라는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만큼 행자부의 관련 법규정 정비작업은 타 부처에 비해 다소 늦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7월 행자부는 부처내의 업무지침으로 「행정기관간 전자문서유통지침」을 마련, 같은 달 중순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신설된 전자문서유통지침은 상위조항인 「사무관리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총 54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일부 전자결재문서 등에 대한 정보작업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이때 마련된 전자문서유통지침은 지방자치단체들의 공문서 작업과 보안이 필요한 문서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사실상 조직내 업무의 상당부분이 문서작업이라는 점에서 전자문서유통지침이 갖는 의의는 크지만 이같은 한계 때문에 현재로선 맥 빠진 조항이 돼 버렸다.
◇정보통신부 = 정통부는 이미 부처 탄생때부터 「정보화촉진기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주관하면서 그동안 전자정부의 지원역이 아닌 주체임을 자임해왔다. 양 법률에 따르면 각 행정부처의 장은 부내 업무정보화에 일정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는 「변형」된 형태의 전자정부법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정통부 발의로 「전자서명법」이 발효되면서 적어도 정보화에 관한 한 정통부는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전자서명법은 사이버 공간의 공증서비스격인 공인인증서비스를 규정함으로써 행정기관의 온라인업무에 대한 보안관리역할까지 맡겠다고 나섰다. 행자부가 발끈하고 나선 것도 인증서비스가 사이버업무 환경에서 원천 정보수집과 관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행자부의 반대로 전자서명법마저 공공기관을 제외한 법률로 반쪽짜리에 머물게 된 셈이다.
◇산업자원부 = 산업정책의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발효된 전자거래기본법의 당사자. 전통적인 상거래환경을 법률화한 것이 「상법」이라면 전자거래기본법은 새로운 온라인거래 유형인 전자상거래(EC)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제다. 정부조달 전자화가 전자정부의 주요 과제라면 전자거래기본법도 역시 한축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계는 금융·무역·보안 등 관련 주무부처와의 협의와 법제 정비작업 없이 지극히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 전자거래기본법이 실질적인 효력이 없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올 들어 산자부는 미국 상무성을 모델로 「e산자부」 비전을 선포했지만 그후 장관이 교체된데다 일개 부서차원의 업무정보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기타 = 재정경제부와 조달청은 기업대정부간(B2G) EC의 주무부처다. 올해 국가계약법과 조달사업법의 하위 법령인 시행령·시행규칙을 각각 개정하면서 정부조달 전자화를 추진중이지만 여전히 조달청만의 「일」로 그치고 있다. 전체 국가기관의 조달을 규정하는 국가계약법에는 아직 전자조달이 명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관세청의 무역자동화 관련법, 국방부의 국방조달전자화 관련훈령, 해양부의 항만물류자동화 관련규정 등도 제각각 개별추진함으로써 전자정부 비전을 향한 일관성을 상실하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