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특별기고-이상희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 위원장

위원장전자정부로 정부퇴출을 막자

우리는 지금 디지털시대, 지식정보시대에 살고 있다. 현재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의 변화 속도보다 더 빠른 변화를 최근 수년간 경험하고 있으며 2, 3년 전에는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서비스가 인터넷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1600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터넷 국가로 변신해가고 있지만 정부의 운영방식은 아직 기존 산업사회의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행정의 특징은 행정기능의 확대, 행정기구의 확장, 공무원의 양적 증가 그리고 재정규모의 팽창 등 거대정부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의 정부는 작은정부가 돼야 하며 공무원은 관리자가 아닌 창조적 경영자가 돼야 한다. 전자정부를 추진한다는 것은 디지털 환경에 맞게 정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며 전자정부를 통해 정부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정부의 퇴출을 막아야 한다.

전자정부란 정부가 시간과 장소의 제약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를 말한다. 정부는 컴퓨터·정보통신망·인터넷 ?정보통신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종이문서와 서류는 디지털화돼 국민은 정부의 제반서비스를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단일한 온라인 창구를 통해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은 인터넷을 통해 국가의 정책결정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돼 국민적 팀워크를 이룰 수 있다.

미국의 경우 90년대 초부터 정부개혁과 전자정부를 추진, 지난 9월에는 인터넷으로 공과금을 납부하고 사업자등록은 물론 건축허가 등 민원업무 처리가 가능한 정부포털사이트(http://www.firstgov.gov)를 개통했다. 오는 2003년까지 모든 정부서비스와 정부문서를 전자적인 형태로 제공한다는 목표다. 싱가포르는 지난 92년 IT2000계획을 발표하고 전자정부를 통해 정부개혁을 추진했으며 모든 국민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싱가포르원(Singapore-One)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퇴출하는 오늘날 전자정부의 구현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95년 정보화촉진기본법을 제정하여 국가사회의 정보화를 위해 매진하여 왔고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정보화, 즉 전자정부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온라인으로 신청가능한 민원은 전체의 20%도 되지 않는다. 중앙부처의 전자결재율은 40%를 겨우 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20%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자정부 구현의 핵심은 리더십과 부처간 협력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전자정부는 기관별로 컴퓨터를 보급하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일부 업무를 컴퓨터로 처리하는 것에 불과했다. 행정자치부는 99년부터 전자정부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각 부처간 협의과정을 거치면서 전자정부의 모습이 행정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극히 제한된 모습의 전자정부가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는 입법정보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지방과 해외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사이버국감을 실시했다. 법원은 전자법정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전자법원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전자정부는 현재 기관별로 구현되는 모습에서 벗어나 행정부 소속 기관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에 속해 있는 모든 기관이 사이버공간에서 벽이없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큰 정부가 되는 모습으로 구현돼야 한다. 이를 위해 큰 틀의 전자정부를 위한 법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의미의 전자정부가 구현되기 위해 필요한 목표, 원칙 및 추진방법을 담고 있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정부는 추진단을 만들고 구체적인 구현계획을 수립하여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하여 입법·사법·행정을 하나의 정부시스템으로 엮는데 총력을 기울어야 한다.

그러나 전자정부에 대한 범국민적 이해와 신뢰 그리고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엄청난 저항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는 전자정부에 관한 대국민 홍보와 함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전자정부의 정착을 위해 공무원의 자율과 창의성 그리고 의욕을 살리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서 퇴출대상 기업조차 살릴 수 있는 기관차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우리 정부는 지구촌 경제사회에서 퇴출되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