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기술은 개발하면 됩니다.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기술의 이식성과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지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때는 대개 쉬운 조건에서 먼저 개발하지만 이를 확장해 적용분야를 넓히도록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개발된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얼마나 수월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만 합니다. 물론 여러 가지 동작환경에서 요구되는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가도 개발의 포인트가 됩니다.』
멀티모달 시스템 개발과 실용화를 주도하는 카네기멜론대 알렉스 와이벨 교수는 복잡한 개발과정을 자동화하면서 개발 과정상의 난점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며 「이식성」과 「지속성」이란 말로 개발목표와 절차를 요약했다.
이같은 개념에 기초한 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와이벨 교수팀은 미국방과학재단인 DARPA의 주관으로 실시한 대화체 전화음성 인식 분야의 공식 평가에서 이미 96년, 97년 연속 2년간 최우수개발품으로 꼽힐 정도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사실 ISL의 이러한 시스템 개발은 일찍부터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간 통신을 도와주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개발을 목표로 음성과 언어는 물론 글씨, 손짓, 몸짓, 표정 등을 이용하는 다양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개발에 노력해 왔기에 가능했다. 그동안의 성과는 결국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의사표현·소통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편리하게 활용하도록 하자는 연구팀 노력의 소산인 셈이다.
그는 ISL을 독일의 칼스루에대학교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에 두 그룹을 만들어 각각 40여명의 연구원이 공동연구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들 연구소는 연구 분야의 특성에 걸맞게 실용적인 기술개발을 지향하고 있으며, 산업체에 대한 기술이전 등 대외협력도 꾀하고 있다.
그는 기존 실용적 연구 시제품 개발에 5년이 걸리며 상용화까지는 또 다시 5년이 걸린다고 설명하면서 미국의 자동응답시스템(ARS)을 예로 들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전화로 자동응답시스템과 대화를 나누어 정보조회나 항공권 예약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이는 80년대 중반 이후로 미 국방부에서 음성기술개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개발된 기술이 자연스레 실용화 과정을 거친 것이지요.』
그는 이러한 제품의 실용화에 대해 『멀티모달 기술을 이용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편리하게 기계를 다루도록 하는데 주안을 두고 있다』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다양하게 쏟아지는 신제품들 때문에 이를 다루는 법을 알아야 하는 인간들에게 오히려 기계가 장애로 작용한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완성한 「휴대형 여행보조 시스템」을 통해 기존의 개발 성과인 멀티모달 인터페이스 기술과 음성번역기술의 적용상황을 시연한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마이크가 장착된 소형 터치 스크린을 들고 다니면서, 「하이델베르크성으로 가는 길은」 「이곳은 무엇인가(펜동작)」 「여기서 오늘 공연 시간은(음성과 펜동작)」 등 음성이나 펜동작으로 질의를 하면 필요한 정보가 스크린이나 스피커를 통해 제공되는 것. 책 크기의 단말기를 허리에 차고 다녀야 한다는 단점에도 불구, 영어와 독일어간 음성번역 기능을 사용해 필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에 와있음을 보여준 그는 『향후 무선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면 이러한 시스템의 시장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보인다.
와이벨 교수는 멀티모달 인터페이스 기술을 기반으로 이질적 통화환경의 사람들이 보다 편리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개발된 기술성과가 연구실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