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주가가 76%나 떨어지며 과거의 명성을 잃고 있는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http://www.lucent.com)가 이번엔 회계 착오로 곤경에 빠졌다.
루슨트는 지난 21일(현지시각) 회계상의 착오가 발생해 지난달 발표된 회계 4·4분기(7∼9월) 실적이 잘못됐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이로 인해 4·4분기의 매출액은 1억2500만달러, 주당이익은 2센트 더 높게 발표됐으며 내년도 회계전망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루슨트측은 지난 1년간의 실적을 종합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으나 회계 착오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루슨트의 주가는 이날 하루 16%나 폭락했으며 장중 한때 지난 3년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의 증시 전문가들은 루슨트 같은 대기업이 이러한 실수를 저지른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기업이 발표한 실적이 불확실한데 어떻게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겠냐며 이번 사태가 루슨트의 신뢰도에 대해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증권사 JP모건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레그 게일링은 『이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루슨트의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사태의 심각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일로 인해 루슨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보라 홉킨스에게 사임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4월 CFO에 부임한 후 벌써 세 차례에 걸쳐 회계전망을 수정한 바 있는 홉킨스에게 이번 회계 착오는 분명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불과 한달 전 새로운 CEO가 부임하고 「제2의 도약」이 추진되던 루슨트에 찬물을 끼얹은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업계의 관심이 비상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