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컴퓨터업계의 최대 화제는 인텔이 발표한 새로운 CPU 펜티엄4다. 이는 하루가 다르게 성능이 발전하는 CPU시장에서 AMD의 추격을 막아내기 위해 인텔이 내놓은 야심작이다. 펜티엄4는 보다 빠른 컴퓨팅환경을 원하는 사용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실 올해 CPU시장에서 인텔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인텔의 i820 메인보드 칩세트에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대규모 리콜사태가 벌어졌고 인텔이 차세대 메모리로 밀던 램버스 D램도 사용자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펜티엄4의 출시는 인텔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밖에 없다.
인텔은 펜티엄4를 선보이면서 이 제품이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분야에 있어 탁월한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제까지 사용해온 벤치마크방식으로는 그 성능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새롭게 추가된 기술을 제대로 평가할 만한 벤치마크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최초의 P6 프로세서인 펜티엄프로가 처음 출시됐을 때 일반 펜티엄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물론 그후 P6 프로세서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P6 프로세서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따라서 펜티엄4도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번 벤치마크는 현존하는 벤치마크프로그램들이 펜티엄4의 성능을 100% 평가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서 출발한다. 즉, 업그레이드된 벤치마크프로그램에서는 이번 평가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번 벤치마크에 사용된 프로그램은 현재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대부분 지원하므로 현 시점에서 펜티엄4의 성능을 판단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아직 펜티엄4와 동급의 CPU가 다른 업체에서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동일한 평가기준으로 성능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 출시된 고성능 CPU들을 펜티엄4와 비교하며 과연 펜티엄4가 얼마나 진일보한 CPU인가를 판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비교대상 제품은 인텔의 펜티엄Ⅲ 1㎓, AMD의 애슬론 1㎓와 1.2㎓다.
◇결과
벤치마크테스트를 통해 살펴본 펜티엄4의 성능을 본다면 많은 외국 벤치마크 사이트에서 평가한 것과 마찬가지로 탁월한 성능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 펜티엄Ⅲ와 펜티엄4를 비교하더라도 몇몇 평가에서 펜티엄4가 앞설 뿐 나머지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또 인텔은 펜티엄4에서 CPU와 메모리 사이의 대역폭을 높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려고 했지만 실제 시스템 구동상에서는 그 외의 부가적인 장치에 의해 시스템 병목현상이 계속 나타났다.
이에 비해 기존 구조를 지키며 새로운 프런트사이드버스(FSB)와 DDR메모리를 지원하기 시작한 1.2㎓ 애슬론의 선전이 눈에 띈다. 애슬론은 DDR메모리 채택으로 병목현상이 상당히 해결됐으며 게임과 엠펙2 인코딩 항목에서는 펜티엄4가 뚜렷이 우세했지만 나머지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오히려 펜티엄4를 능가했다. 지원하는 메모리도 AMD가 채택한 DDR가 많은 업체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가격은 램버스 D램만큼 높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들로부터 환영받을 전망이다. CPU 자체의 가격도 OEM제품을 기준으로 애슬론 1.2㎓는 600달러 정도인데 펜티엄4는 819달러다.
하지만 펜티엄4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다. 최근 펜티엄Ⅲ 리콜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펜티엄Ⅲ는 구조상 1.13㎓ 이상 발전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펜티엄4는 시작이 1.5㎓다. 초기 모델임에도 발열량이 매우 적었고 동작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인텔의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는 2.5㎓급 펜티엄4가 등장할 것이며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능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펜티엄4의 출시로 말미암아 AMD 애슬론과의 성능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펜티엄4는 현재의 성능보다는 새로운 CPU 구조와 기술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