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47) 벤처기업

벤처 캐피털<18>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먹었다. 그때 오지숙이 술을 사겠다고 나섰다.

『최 사장님은 주로 접대하는 술을 많이 사셨지요? 오늘은 제가 접대할테니 2차로 제가 안내하는 술집에 가요.』

『괜찮습니다. 내가 오 사장님, 아니 캔디 오에게 접대를 받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왜 없어요? 내 사업에 투자해달라고 조르고 있는데요.』

『그것은 졸라서 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에서 사신 오 여사님께서 잘 아실 것입니다. 벤처투자는 투명해야 하지 않습니까? 모험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모험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투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것 역시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인간적인 배려가 있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업 가능성이 바탕에 있을 경우인 것입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은 사업 가능성이 있어요. 다만 그 일에 투자하느냐는 것은 오너의 의지일 거예요.』

『미안한 말씀을 드리는 듯하지만 투자는 오너의 의지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더 중요시하기로 하였습니다. 창투사의 본부장을 비롯한 실무진에서 투자의 타당성이 나와야만 결재합니다. 사장님께서는 지금 오너인 내가 결정을 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못합니다.』

나는 미리 꼬리를 사렸다. 후에 그녀의 사업에 투자하게 될지라도 일단은 그렇게 해놓을 필요가 있었다. 투자하겠다는 암시를 주어 그녀에게 기대를 주었다가 분석팀에서 불가하다는 평가가 나왔을 때는 서로 곤란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소개한 김 장관의 입장을 생각해서 그녀에게 기대를 심어줄 수 없었다.

『최 사장님은 나를 여사라고 불렀다가 사장이라고 불렀다가 갈팡질팡 하시네요. 캔디 오라고 불러주세요.』

『그러지요.』

『어쨌든 좋아요. 실무팀이 제대로 평가를 내려주기 바래요. 이제 사업이야기는 그만 하죠. 해야 아무 소용이 없겠군요. 그렇다면 사업을 떠나 여자와 남자로 술 한 잔 할 수 있잖아요? 그것도 싫어요?』

『아니, 싫다는 것이 아니라, 캔디 오가 나를 대접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자와 남자로서 같이 술을 마신다는 홀가분한 기분을 가지신다면 오늘 저녁 이후 다른 약속도 없는데 사양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