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해 콘덴서 업계 선행 개발 나서야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우려속에서도 칩 전해콘덴서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설비증설에 한창이다. 국내 업체들은 내년까지 월 1억개 이상의 생산능력 체제를 갖춰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러한 업체들의 움직임이 그렇게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부품산업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와는 달리 연간 2조원에 이르는 세계 칩 전해콘덴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은 생산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

칩 전해콘덴서의 주수요처인 CD롬 드라이브 등 광기기의 세계시장 주도권이 한국으로 넘어가면서 판로가 줄어든 것도 한 요인이지만 그 이면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칩 전해콘덴서의 특허종료 시점이 임박하면서 한국 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는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생산을 축소하자는 게 일본 업체의 전략이다.

그대신 일본 업체들은 칩 콘덴서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고 특허도 확보하고 있는 고체 콘덴서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 업체들이 칩 콘덴서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한국 업체들이 생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3파이 이하의 소구경이나 8파이 이상의 대구경 칩 전해콘덴서를 여전히 생산한다.

한국 업체와 가격경쟁을 하기보다는 이익이 없는 범용제품은 한국 업체에 넘기는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콘덴서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주요 콘덴서업체들은 고체 콘덴서를 월 300만∼1000만개씩 양산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 업체들은 이제 개발에 나서 앞으로 3∼4년 후에나 고체 콘덴서를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저부가가치의 칩 전해콘덴서에 설비투자를 집중하는 동안 일본 업체들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나가 있다.

이왕 투자하는 마당에 국내 업체들은 일본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분야에 선행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일본에서 손을 턴 품목을 이어받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전자부·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