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햇볕, 반월·시화 공단 =대우자동차의 부도로 직격탄을 맞은 부평 및 남동 공단과 달리 전장부품업체가 적은 반월·시화 공단의 분위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달 들어 공장가동률이 다소 떨어지는 기미가 보이고 있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올 겨울이 유난히 추운 겨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PCB 생산업체를 중심으로 한 전자업종과 기아자동차 등에 주로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반월·시화 공단은 아직까지는 크게 활력을 잃지 않았다
지난 14일, 점심시간이 다소 지난 오후 1시 30경 비교적 반월공단에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음식점에는 때늦은 점심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 식당의 한 종업원은 『지난달까지는 식사시간에는 눈코뜰새가 없을 정도로 경기가 좋았으나 이달 들어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IMF 직후 기아자동차 사태 때에 비교하면 양반』이라고 말했다.
IMF이후 기아 및 대우 사태로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이 한창 불어닥칠 당시,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자동차 부품업체가 손을 놓으면서 긴 동면상태에 들어갔던 반월·시화 공단은 현대에 인수된 기아자동차가 정상 가동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또 PCB를 중심으로 한 전자부품 생산업체들도 네트워크 장비 및 반도체 수요증가 등에 힘입어 매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공장가동률이 정상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대덕전자와 코리아써키트·대덕GDS 등 반월·시화 공단의 대표적 입주업체인 PCB업체들은 내수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이 당초 목표를 넘어서거나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공장가동률 또한 정상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이들 업체는 내년에도 수출물량 확대 등에 힘입어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신규 설비투자를 계획하거나 검토하고 있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중견 PCB업체인 엑큐리스 김경희 사장은 『최근 들어 경기가 빠른 속도로 나빠지면서 반월·시화 공단의 업체들도 겨울나기 준비에 한창』이라면서도 『하지만 IT산업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자·전기업종에 종사하는 업체들의 상황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전반적인 경기침체 우려감에도 불구하고 공단내에서 규모가 큰 업체들은 주문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신규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고 중견업체들도 그런대로 공장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으나 영세업체들은 주문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반월·시화 공단내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월·시화 공단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은 이번 경기침체가 내년 2·4분기부터는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올 겨울을 무사히 넘기는 데 1차적인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중소 제조업체 사장의 전언.
올 상반기 시중에 유동성 자금이 풍부할때 펀딩작업을 성공적으로 끝낸 업체들은 비교적 여유를 갖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연말이 되면서 BIS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은행들로부터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현금유동성을 확보, 경기가 풀릴 때까지 대비해 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
IMF이후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공단 중 하나인 반월·시화 공단은 이번 현대건설 및 대우자동차 사태로 인한 한파에서는 아직까지는 비교적 한발 비껴 서 있는 분위기인 탓인지 취재차 만난 업체 사장들은 다소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IMF이후 커다란 시련을 경험해온 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제2의 IMF처럼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 다시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지만 구조조정의 지연과 미국경기의 침체 등으로 국내 제조업체들의 생산활동이 위축될 경우 반월·시화 공단도 다시 얼어붙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부평·남동 공단의 우울한 소식을 전해들으면 남의 일같지만은 않다는 한 중소업체의 사장은 『하루빨리 경기불안 요소가 제거돼 다른 곳에 신경쓰지 않고 제품 개발과 공장을 제대로 돌리는 데만 몰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월 중순 반월·공단은 활력을 잃지 않고 있으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화」와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