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 클리닉]8회-유통분야(하)

지난주 언급한 도서정가제 파동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전통기업의 소매상과 온라인 쇼핑몰간의 갈등은 매입형태의 차이에서 오는 이득분배의 문제와 택배체제 갈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통상거래에서는 제품을 생산한 기업으로부터 도매상·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백화점·패션전문점과 같은 특정 매입의 형태를 거치거나 아니면 기타 모든 도소매업체를 통한 직매입의 형태를 취하게 되면서 고가의 유통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비해 전자상거래에서는 기업으로부터 쇼핑몰을 거쳐 소비자에 직거래됨으로써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자상거래에도 다양한 유통채널이 있다. 특정 매입을 위해서는 종합중개형·전문중개형·유통업체 부서형 쇼핑몰이 있고, 직매입으로서는 전문점형이나 제조업체 직판형이 존재하게 된다. 또한 이를 혼합한 복수몰 중개형의 형태로 등장하기도 한다.

전문점이나 제조업체 직판형 쇼핑몰의 경우 중간과정을 줄여 유통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나 이 쇼핑몰이 존재함을 대외에 알리는 데 필요한 마케팅 비용 등 초기투자의 과다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 쇼핑몰들은 마케팅 능력이나 유통 인프라를 보유한 종합중개형이나 복수몰 중개형 쇼핑몰에 입점해 채널을 형성하고자 하는 노력을 한다.

최근 의료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연결하는 「C몰」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점차 다양한 계층의 유통채널이 쇼핑몰에도 생기다 보면 원래 빈약한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에 중간유통업체들의 마케팅 비용 보상을 위한 마진보장과 인터넷 쇼핑몰 특유의 높은 결제비용(신용카드 수수료) 지불로 유통비용이 다시 증가하게 되어 쇼핑몰업체는 기존 전통기업의 도소매상이 겪는 나름대로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택배문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되는 인터넷 쇼핑몰로 꼽히는 H쇼핑몰의 경우 99년 초 인터넷을 통해 화물보관, 하역, 국내외 운송 등 각종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물류 전문사이트인 「로지트 클럽」을 개설, 출범했다. 여기서는 화주가 일일이 국내 운송업체나 국제 운송업체를 직접 접촉, 가격을 협상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바로 인터넷상에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한 L쇼핑몰의 경우 「The First」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택배체제의 보완이나 적극적인 마케팅의 부재로 아직은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의 영세성으로 투자비가 많이 드는 택배체제를 별도로 구축하는 것은 엄두도 못낸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투자비가 과다하고 수요확대의 시기가 장기화되는 환경에서 택배비용의 고가격화의 원가구조에 군소업체 난립 등의 난제를 안고 있다. 기업 외부적으로도 수송업체의 영세성과 화물터미널이나 배송체계의 미흡, 외국 택배사의 진출 등으로 혼란이 가중된다.

결국 문제해결의 핵심은 유통체계의 해결로 원가구조를 개선하므로서 이득분배에 도움이 돼야 할 것이다. 누구나 다 택배시스템을 갖출 수 없는 환경에서 공통 택배시스템을 구축하고 국가 차원의 물류정보인프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통기업의 도소매상과 인터넷 쇼핑몰업체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업체와 유통·택배 업체간의 갈등은 상생이나 장기적 파트너십 관계 유지로밖에는 해결할 수 없다. 파이를 함께 키우고 그것을 나누어 먹는 것이다.

바람직한 협력의 한 사례로서 지난주 「원천정의」라고 소개한 부동산 중개에서의 협력관계를 들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집을 팔려고 내놓으면 한 부동산 중개소를 지정한다. 지명된 부동산 중개업자는 팔려고 내놓은 집 앞에 자기 회사 상호가 달린 간판을 걸어 놓는다. 그리고 이 매물에 대한 정보를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살고 있는 주나 미국 전역에 공개한다. 다른 중개업자는 이 정보를 보고 수요자를 찾아 매매를 성사시킨다.

다른 중개업자가 매매를 성사시켜도 매매 수수료의 일정 부분은 본래 지명받은 중개업자에게 배당되기 때문에 서로 싸울 필요가 없어진다. 이런 상호이득을 위해 서로 돕는 협력의 형태가 전통기업의 인터넷화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기존 도소매상의 개념이 인터넷시대의 유통이나 물류 거점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돼 인터넷 쇼핑몰과 협력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역행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