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다 경부고속도로 오산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평택시 외곽도로를 40여분 더 달려가면 기초공사를 마친 건물들이 뒤섞인 드넓은 공단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바로 지난해 말 단장을 마치고 올해 문을 연 평택 어연·한산지방산업단지. 단지내 여기 저기서 굴착기 소리가 요란하고 레미컨 차량이 바쁘게 드나들고 있다. 여기서는 경기침체를 느낄 수 없다.
단지 안쪽 1500평의 공터에서는 철근이 부딪히며 내는 굉음이 요란하다. 마이크로스케일(대표 황규성)이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국내 처음으로 플립칩 범핑 공장을 짓기 위해 골조를 올리고 있다.
황규성 마이크로스케일 사장은 『국내외 반도체 소자업체들로부터 플립칩 범핑서비스 제의를 받고 있어서 하루라도 빨리 자체 공장을 완공해 수요를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도로 건너편에 있는 1만5000평 공터에도 일진다이아몬드(대표 김규섭)가 1500억원을 투입한 고온폴리실리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패널 공장이 서서히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유한플로텍·나노메트릭스코리아·에피플러스도 내년 가동을 목표로 반도체 장비, 분석기, 트랜지스터 생산을 위한 공장 신축 공사로 부산하다.
올해들어 지금까지 7개 업체가 공장을 완공, 가동에 들어갔다. 공사중이거나 공장 신축을 예정하고 있는 업체만해도 줄잡아 15개사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반도체·LCD 제조용 장비·재료 생산업체들이다.
이곳의 장비·재료업체 관계자들은 『기존 생산시설로는 국내외에서 수주한 수요 물량과 새로 개발한 제품의 양산을 맞출 수 없다』며 공장 신축 배경을 설명
했다.
게다가 경기침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 업체들은 설비투자에 수십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 외부 투자사로부터 상당한 투자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전용 산업단지 26만4000㎡(8만평)를 포함해 총 면적 69만㎡(21만평)의 대규모 단지에 속하는 어연·한산산업단지는 삼성전자 기흥·온양·천안공장, 현대전자 청주공장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반도체·LCD 생산공장과 차로 한시간 정도면 닿는 거리에 있다. 이같은 지리적 이점도 장비·재료업체들을 유인하는 데 한몫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단지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평택시청 공업과 관계자는 『수도권 이전업체와 외국인투자기업을 포함해 앞으로 50여개사를 입주시킬 계획』이라며 『이번 서해대교 개통에 이어 2002년 말 동서간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단지 주변의 물류시설은 한층 더 수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곳의 공장 신축에는 다국적 장비·재료업체들의 가세가 두드러진다.
일본계 반도체·LCD 장비업체인 한국알박이 대표적인 사례. 알박은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지난달 이곳에 1700평 규모의 장비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미국계 반도체 산업용 전해연마 튜브 및 피팅업체인 발렉스도 지난 9월 이 단지에 연간 100만m의 EP튜브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가동에 들어갔다.
미국계 싸이머코리아는 내년중 이곳에 해외 첫 생산공장을 건설해 반도체 노광공정용 엑시머광원장치의 체임버를 생산할 예정이다.
반도체·LCD 장비업체의 활발한 설비투자로 어연·한산단지는 첨단 「반도체·LCD 장비·재료 밸리」로 싹을 키우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