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용 팬을 제조하는 평범한 기업이었던 파워텍(현 리타워테크놀로지). 코스닥시장에서 지난 1월 17일 1만7900원(액면 5000원 기준)에 불과하던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5월 18일 무려 200배가 넘는 362만원까지 치솟으며 증권가에서 소위 「황제주」 취급을 받았다.
보통기업을 첨단기업으로 만든다는 이른바 「인수후개발(A&D)」 테마주라는 것이 당시 주가폭등의 주 이유였다. 그러나 이로부터 반년이 지난 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1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가 단기급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 대주주들은 이 차익금으로 유망 벤처기업을 사들이며 벤처지주회사(홀딩컴퍼니)로 변신하는 등 수혜를 입은 반면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 말았다.
해당기업은 물론 임직원과 투자가 등이 모두 이익을 보는 비즈니스라 해서 이른바 「윈윈비즈니스」라 불리는 벤처지만 현재 우리 벤처업계에서 윈윈의 문화는 찾기 어렵다. 벤처로 수혜를 받은 측과 손해를 본 측이 확실하게 엇갈리고 있다. 코스닥 활황과 벤처붐으로 벼락부자가 된 벤처기업인이나 개인투자자들이 스타 대접을 받고 있는 이면에 벤처에 투자해 엄청난 손해를 본 기업과 개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현준사건도 대표적인 케이스다. 정씨가 비록 개인적으로는 벤처투자로 한때 수천억원의 평가익을 냈지만 이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됐다.
벤처캐피털이나 기관투자가들도 이 대목에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KTB네트워크·한국기술투자·무한기술투자 등 선발 벤처캐피털의 경우 코스닥 활황기 투자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한 뒤 곧바로 주식을 대량 매각, 사상 초유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해당 벤처기업과 투자가들은 주가가 폭락,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
은행과 투신 등 기관들은 더욱 심하다. 코스닥 등록이 임박한 기업에 투자해 등록 후 바로 매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관투자가들은 특히 등록 후 6개월동안 보유주식의 매각을 제한하는 「록업(lock-up)」시스템의 적용을 받는 벤처캐피털과 달리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실정이다. 김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해당기업이나 투자가들을 생각하지 않는 일부 벤처캐피털들도 문제지만 정작 코스닥등록 후 조기 주식매각을 주도하는 기관들이 더 큰 문제』라고 항변했다.
비단 개인이나 기관투자가 말고도 벤처기업인들의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사리사욕도 문제다. 펀딩이나 코스닥등록 과정에서 거금을 마련한 벤처기업들이 연구개발이나 마케팅에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투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벤처기업가들은 코스닥시장이 호황이던 시절에 보유지분을 대거 팔아치우고 개인적인 욕심을 챙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같은 개인적 욕심 챙기기로 인한 수익의 편중 현상은 결국 많은 선의의 투자가나 벤처기업인들이 벤처로부터 등을 돌리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벤처는 기본적으로 네트워크의 문화다.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결국에는 벤처기업이나 투자가들은 물론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수익을 공유하며 윈윈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벤처의 본질이다.
따라서 이제는 벤처기업, 투자가, 주주, 직원들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벤처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전문가들은 『벤처시장이 다시 예전처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벤처인들이 「윈윈」에 대한 사명감으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