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수혁이…, 내 딱 한번만 얘기할 테니까 잘 들어두라. 내 꿈은 말야, 언젠가 우리 공화국이 남조선보다 훨씬 맛있는 초코파이를 만드는 거야. 알갔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이다. 북한군 병사 경필(송강호)의 이 대사 하나로 동양제과의 초코파이의 매출은 월 평균 10억원 이상 껑충 뛰었다.
이른바 영화 속에 상품을 등장시키는 PPL(프러덕트 인 플레이스먼트)의 위력 덕분이었다. 「공동경비구역」이 뜨면서 동양제과의 오리온 초코파이는 때 아닌 유명세를 타고 있다.
동양의 입장에서는 매출상승은 물론이고 이 한 편의 영화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제과업계로 이미지를 확고히 각인해놓았다. 이러한 기업 이미지 개선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스타가 어떤 옷을 입느냐, 무엇을 먹느냐는 청소년층의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효과를 노린 것이 바로 영화 속 광고인 PPL 기법이다. 국산영화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PPL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공동경비구역」에는 지포라이터와 소위 맥가이버 칼로 불리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도 영화 중간중간에 등장한다. 우스꽝스러운 북한군 병사 경필이 지포라이터를 자꾸 켜보며 좋아하자 동료 병사 우진이 『중사님은 어째 미제라면 그렇게 오금을 못 씁니까』라고 반문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무의식 중에 지포라이터라는 상품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최근 개봉한 「리베라 메」에도 PPL 상품이 대거 등장한다. 「불」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보험회사인 아이리젠트닷컴의 T셔츠를 입은 인물이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상우(최민수)와 희수(차승원)가 결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인터넷쇼핑몰인 엑스칼리버닷컴이 전광판에 등장하는 등 마치 영화 속 숨은 그림 찾기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PPL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제작비를 지원하고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업체가 수두룩 하다. PPL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PPL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삼성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제작된 화제작 「쉬리」에는 삼성의 제품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물량공세는 오히려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PPL이 상업광고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매출증대를 노린 직접적인 노출보다는 기업의 이미지 전달에 무게를 두는 고차원적인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광고기획사 루미네르의 문석환 팀장은 『PPL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간접적인 광고효과만을 기대해야 한다』며 일부 기업들의 과대한 「욕심」을 PPL의 가장 큰 실패의 요인으로 꼽았다.
<김영덕기자 yd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