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엔씨소프트 김택진사장

『현재 국내 인터넷산업은 알맹이가 없는 빈 껍데기일 뿐입니다. 이런 산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인터넷의 속을 채우는 회사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최근 닷컴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가장 확실한 수익모델을 바탕으로 고속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34)은 허울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경영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자신의 말처럼 김택진 사장은 차근차근하고 조심스럽게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스타일의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엔씨소프트의 모습은 이런 경영스타일과 달리 놀랄 만한 쾌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김택진 사장은 지난 97년 엔씨소프트를 설립하고 98년 하반기부터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서비스, 지난해 8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무려 5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또 전체 매출의 약 40%가 순이익으로 기록될 정도로 알찬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리니지의 누적회원수는 웬만한 포털사이트의 회원수와 비슷한 700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현재도 매일 33만명, 한달에 175만명이 접속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 가입자수나 게임 접속자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온라인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 7월에는 코스닥에 등록, 시가 총액에 있어 코스닥 주도주였던 새롬과 다

음을 위협하는 황제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남이 시기할 만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은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국내 PC방 열기와 정부의 게임육성정책으로 인해 리니지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또 서비스 이후 계속적으로 새로운 에피소드를 내놓고 있는 개발진 덕택입니다.』

김 사장은 이미 대학시절 서울대 컴퓨터 동아리에서 소프트웨어(SW) 개발자로 이름을 날렸다.

「아래아한글」은 대학 선배인 이찬진씨와의 공동작품이며 이후 한메타자로 잘 알려진 한메소프트를 공동설립하는 등 젊지만 우리나라 벤처의 역사에 한획을 그었다. 김 사장은 이후 현대전자에 입사, 1년간 보스턴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인터넷사업에 뛰어들 의지를 굳혔다고 한다.

『실리콘밸리 등을 돌아보면서 인터넷이 미래의 최고 엔터테인먼트산업으로 떠오를 것을 확신했습니다.』

결국 창업 후 첫작품으로 내놓은 리니지는 나오자마자 기존 텍스트머드게임에 식상해 있던 게이머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온라인게임을 대중화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

김 사장은 이런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에는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월 대만에 리니지를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데 힘입어 최근에는 미국·유럽 등지에 리니지를 서비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달에 20일 정도는 해외출장을 나갈 정도로 외국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은 아직 온라인게임이 보편화하지 않았지만 약 1년 후에는 시장이 본격적인 형성기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때에 대비해 현지업체들과 서비스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의 경우 국산 온라인게임에 관심을 두고 있어 시장개척이 한결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게임이 우리나라의 문화를 해외에 알릴 수 있는 좋은 수출 상품이기 때문에 더욱 해외서비스에 무게를 실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은 리니지의 플랫폼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계약을 맺고 MS가 내년 하반기에 내놓을 가정용 게임기인 X박스용 리니지를 개발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PC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게임기를 통해서도 리니지에 접속, 전세계인이 가상공간에 모여 서로 공동체를 이루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또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포털사이트인 웹라이프(http://www.weblife.co.kr)를 오픈, 엔터테인먼트 전문업체로 확고히 자리잡는다는 야심을 다지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게임으로 세계시장을 정복하려는 김택진 사장의 의지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터넷업계에 새로운 희망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약력>

89년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학사

89년 아래아한글 공동개발. 한메소프트 창업

92년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석사

95∼96년 현대전자 인터넷서비스 아미넷 개발팀장

97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97∼98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 박사 과정

98년 대한민국게임대상 대상 수상

<권상희 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