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는 용인 수지 아파트 단지에서 산 쪽으로 1㎞ 정도 떨어져 있다. 수도나 도시가스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고속인터넷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가장 불편했다. 그러던 중 지난 11월초 드디어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한 유선 케이블이 깔린다는 반가운 소식에 서둘러 설치했다. 고속인터넷에서의 속도는 56k 모뎀을 사용할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이 빨랐다. 그처럼 매력적인 속도에 식구들도 모두 행복해 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기쁨이 가장 컸다. 이곳저곳 사이트에서 마음껏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 큰 아이가 개인 PC용 방화벽을 설치하기 전까지만 해도 해킹을 남의 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해킹방지 방화벽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다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누군가 케이블 유선망을 통해 내 PC에 들어오려고 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 설치 후 불과 사흘 동안 무려 100여 회가 넘는 침입 시도가 있었다. 믿기 힘들었지만 이제 홈 PC 해킹이 내 눈앞의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많은 개인 사용자들이 내 경우처럼 해킹에 무관심하거나 자신의 PC에 담긴 문서나 멀티미디어 파일 등을 별로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을 사용할 때 개인 신상 정보들이 「쿠키」라는 파일에 자동으로 저장된다. 어떤 이들은 각종 ID와 패스워드를 찾아보기 쉽게 파일로 만들어 보관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커들은 바로 이러한 정보를 노린다.
해킹 당하면 어떤 위험이 있을까. 먼저 각종 웹 사이트에 등록한 내 ID와 패스워드가 타인에게 노출된다. 만약 신용카드번호와 만기일자·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될 때는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신용 상에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얼마 전 신문 보도에 의하면 인터넷에 흔히 돌아다니는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세금 미납자를 완납자로 둔갑시키거나 차량 소유자의 차종까지 변경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해킹의 피해는 이미 상식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한 명의 도둑을 열 명이 지킬 수 없다지만 유비무환이라는 말처럼 우리가 해킹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 방법은 방화벽을 설치하는 것이다. 내 경우는 「존 알람」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지만 국내외에는 이 밖에도 다양한 우수한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미 국방성 시스템도 해킹당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각자가 조심해야 한다. 둘째, 자기가 갖고 있는 중요한 파일은 암호화하여 보관하는 것이다. 설사 해킹을 당한다할지라도 그 파일은 암호를 모르는 상태에서 열어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보안솔루션업체들의 PC 파일 보안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셋째로 온라인 거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를 통한 온라인거래는 신용카드 상의 고객성명·카드번호·만기일자 등 3가지 정보만으로 결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들 정보의 유출을 극히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신용카드로 온라인 거래를 할 경우에는 해당사이트의 신뢰도, 전자인증 유무를 철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신용할 수 있는 공신력이 있는 사이트와 거래할 때만 그러한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개인 신상정보의 유출은 비단 온라인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모든 오프라인 신용카드 거래에도 그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따라서 무조건 온라인 거래를 꺼려할 필요는 없다. 고속 인터넷이 확산될 수록 온라인 거래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이는 분명히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줄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혜택은 누리되, 온라인상에서의 보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시대에도 문단속이 필요하다. 내 PC부터 문단속하자.
김형회 바이텍씨스템 회장(hhkim@bite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