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회사의 모든 업무를 전자문서로 처리한다. 부품조달은 물론 제품개발과 마케팅, 그리고 제품판매 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애프터서비스까지.』
반도체 칩에서부터 발전소까지 생산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전기 및 전자회사 지멘스가 인터넷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작업을 진두지휘 하고 있는 사람은 지난 92년부터 CEO를 맡고 있는 하인리히 폰 피어러 회장(59).
최근 뮌헨 공항에 마련한 전자센터를 찾으면 정보기술(IT)을 기업경영에 접목시키려는 피어러 회장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전세계 190여개 국에 진출해 있는 44만여 명의 직원들과도 인터넷 등으로 완벽하게 통신할 수 있는 이 건물을 짓는 데 투입된 예산만도 10억 유로(한화 약 1조원)에 달한다.
피어러 회장은 『지멘스는 이미 회사경영 활동의 약 70%가 전자 네트워크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전자센터의 가동은, 그동안 서로 다른 솔루션을 사용했던 이들 네트워크가 깔끔하게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앞으로 회사의 모든 인터넷 비즈니스 관련 활동을 연결하는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전자센터를 미국(애틀랜타)과 싱가포르에도 세운다는 중·장기 계획까지 발표했다.
피어러 회장은 독일의 명문 에랑겐 뉴렌버그 대학에서 경제학과 법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학자 출신 경영인으로, 지난 69년 지멘스에 합류한 후 30년이 넘도록 이 회사를 지키고 있다. 주로 법률 및 기획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고속 승진을 거듭했으며 마침내 지난 92년 CEO로 발탁돼 정상에 올랐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