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자정부(e정부) 구현을 위해 내년에 1조4000억원을 투입해 각종 정보화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국가 기간전산망의 용량을 지금보다 최대 100배까지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 등 각 부처별로 정보화사업을 알차게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다.
정부가 디지털시대를 맞아 e정부 구현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지식정보사회에 우리가 필수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가적 사업이라는 점에서 잘하는 일이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 말레이시아 등에서 모든 정부서비스와 문서를 전자적인 형태로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e정부 구현을 위해 정부개혁을 진행중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가 서둘러야 할 우선적인 정책과제라고 하겠다.
정부도 나름대로 e정부 구현에 노력해 지난 8월부터 54개 중앙부처가 전자민원창구 개설과 종이없는 행정 정착, 정보화 인프라 구축, 주요 정보 공동이용 시스템 마련 등 7대 정보화 과제를 추진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이미 37만 사무직 공무원 중 91%에 대해 전자우편 주소를 부여해 e정부 구현을 위한 기반도 어느 정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e정부 구현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며 우리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e정부 구현을 추진한다 해도 극복해야 할 난제가 너무 많다.
우선 e정부 구현을 위해서는 디지털 환경에 맞게 행정체계를 개편해야 하고 이는 곧 「작은 정부, 열린 정부」 를 말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또 e정부 구현을 위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총괄 조정할 기구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각 부서별로 예산을 확보해 정보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 사업 중에는 중복 또는 조정을 해야 할 사업들이 부분적으로 적잖다고 본다. 만약 조직체계에 대한 원칙이 마련되지 않으면 부처간 주도권 다툼이나 갈등이 일어나게 될 수 있다.
특히 내년 이후에 e정부 구현을 위해 추진할 각종 정보화 사업비를 차질없이 예산에서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부에서 e정부 구현에 필요한 사업비를 제대로 배정받지 못하면 당초 계획보다 사업 진행이 늦어지거나 아예 사업이 보류될 수도 있다.
아울러 시스템이나 제도적인 정비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할 일이다. 전자정부법은 입법론이 대두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하위 규정들도 각 부처들이 필요에 따라 제정하다 보니 해당 부처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다.
또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된다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e정부 구현을 일선에서 실천할 인력를 확보하는 문제다. 지금부터 전문인력과 행정인력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e정부 구현에 대비해 철저한 개인정보 보호와 외부 침입에 대비한 철저한 보안시스템 구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런 조건들이 구비돼야 e정부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