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일본 CP들의 한국 진출

성규영 에어아이 사장 gysung@airi.co.kr

손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무선인터넷 시대가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우리나라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10월말 현재 265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 가운데 무선인터넷 사용자는(WAP/ME) 66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동통신 용도중 무선인터넷 사용의 비중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2005년경 전세계적으로 약 15억명이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전망이며 그 숫자가 조만간 유선인터넷 사용자 수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우리나라에 무선인터넷이 소개된 지 1년반 만에 66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관련업계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을 이용한 인터넷 시장이기에 기존 망 사업자들의 무선망 구축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이용자 계몽을 위한 전략적인 마케팅 활동이 있었으며, 관련제도 정비와 이해 당사자간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정부의 노력도 있었다. 하지만 양질의 무선인터넷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콘텐츠 제공업자(CP)의 희생과 노력이 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반 동안 CP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대가는 너무나도 빈약한 것이었다. 통신사업자들의 콘텐츠 유료화와 과금정책의 지연 및 자유접속권 제약 등 공정경쟁 환경 조성 미비, 이를 조정하고 중재해야 할 당국의 안일한 자세 등은 상황을 더욱 더 어렵게 만든 요소들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기업들에 시장을 개방한다는 사실은 국내 CP들에게는 형평성에서 많은 상실감을 갖게 한다. 현재 국내에 진출해 있거나 준비중인 일본의 CP들은 마스터 콘텐츠 프로바이더인 MTI, 사이버드, 반다이, 덴쯔 등이 있다.

이들은 국내 CP들이 그나마 마련한 기반에 너무나도 쉽게 무임승차를 하려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콘텐츠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 전통적으로 일본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이러한 분야는 현재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유일하게 유료화된 콘텐츠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일본의 무선인터넷 시장은 우리와 비교하여 2년여 앞서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일본기업에 시장을 열어준다면 그동안의 헌신적인 고생이 물거품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우리나라의 무선인터넷 시장은 일본 CP들에 의해 좌우되는 사태가 오고 말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몇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CP들의 안정적

수익을 위한 과금체제의 조속한 정착을 통해서 안정된 개발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두번째는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일본 CP를 접속해 주는데 한국 CP들과 시차(3∼6개월)를 두는 방법이다. 세번째로는 통신사업자들이 국내 콘텐츠를 일본 콘텐츠보다 우선적으로 채택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물론 통신사업자들의 입장에서는 당장 시장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단기적인 입장에서 일본 콘텐츠를 선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무선인터넷 사업의 큰 축이 되는 CP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더 큰 시장을 놓치는 결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막 활성화되려는 무선인터넷 콘텐츠 시장에 일본기업들이 몰려온다면 영세한 국내 CP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 CP들의 자본과 경쟁력에 밀려 국내 CP들이 제 몫을 못해낼 경우 국내 무선인터넷이란 시장은 일본 CP에 의해 지배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국내 CP들이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기 전까지 시장개방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