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의 돈가뭄 불똥이 관련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금경색으로 벤처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관련기업에 대한 결제가 지연되거나 비즈니스가 답보상태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들의 자금난으로 벤처관련 전후방기업들까지 자금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자본경색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돈가뭄 장기화에 따른 후유증이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현상은 벤처자금난이 예상외로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다 벤처기업들이 펀딩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닷컴시장이 확대돼 대규모 투자자금을 투입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업계의 경우 고객사들의 자금난으로 서비스료 결제가 부진해 수익성을 맞추지 못해 문을 닫거나 회사를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곳까지 나타나고 있다. 후발 IDC업체인 P사는 고객들인 닷컴기업들이 월사용료를 제때 내지 않아 미수금 과다로 인해 현재 업무중단 일보직전에 놓였으며 D사는 매각을 추진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급증했던 벤처컨설팅 및 홍보대행사들도 같은 입장이다. O사는 110여명이었던 직원들 가운데 60여명을 구조조정하고 지금 남아 있는 인원은 50여명에 불과하다. 또 대형 홍보사들인 I사, L사, D사 등은 최근 고객사들의 대금 납부가 1∼2달씩 늦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연말로 예정된 계약갱신이 불발로 끝나는 것은 물론 잇따른 계약파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벤처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도와주던 S사는 최근 해외업체와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던 국내 파트너 I사가 신규투자 자금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계약을 포기하면서 5개월동안 준비해온 사업을 접어야 했다. 현재 새로운 국내 파트너를 물색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벤처컨설팅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D사는 일부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전직하는 실정이다. 이 회사에 근무하던 김모씨는 『벤처쪽에 관심이 많아 옮기려는 회사도 벤처컨설팅쪽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도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벤처열풍과 더불어 급격히 증가했던 각종 벤처지원업체들이 최근 대금미납과 계약파기 등으로 곤혹을 치르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돈걱정 없는 우량 벤처를 확보하기 위해 업체간 출혈경쟁까지 감수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