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정보기술(IT) 표준을 관장할 조직구성을 추진하고 있어 ISO 한국대표기구인 기술표준원과 함께 국내 정보기술 표준조직이 이원화될 전망이다. 이로인해 국내 정보기술 분야의 국가표준 정책 혼선은 물론 민간분야 표준 기술개발 중복까지 우려되고 있다.
26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보통신부는 최근 국제표준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됨에 따라 연내 전파연구소 산하에 정보기술 관련 표준을 담당할 조직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통부는 이 조직을 통해 민간 정보통신분야의 표준화 활동에 대한 지원은 물론 국제적 협력활동에도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정통부가 정보기술 관련 표준조직을 구성할 경우 국내 표준조직은 우리나라를 대표해 국제표준 활동을 하고 있는 국가기구인 산자부 기술표준원과 함께 이원화돼 정책적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한국내 정보기술 관련 규격이 정통부 표준인 KICS와 기술표준원의 KS로 이원화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산하 60개 표준화 위원회가 1600개 정도의 정보통신 관련 표준활동을 하고 있고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비해 조직구성을 준비중』이라며 조직구성의 당위성을 제기하고 있다.
ISO/IEC의 국가대표기구인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측은 이와 관련, 『그동안 정보통신부가 정보기술 분야에서 많은 표준 규격 관련 지원을 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직구성으로 국제통신연맹(ITU) 규격 개발 및 국내 보급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ISO규격을 KS로 제정해 정보기술 분야까지 포괄하고 있는 가운데 ISO규격을 그대로 KICS규격으로 이원화하고 있어 이미 전자파장해, 정보보안, 전자화폐, 데이터베이스, 전자상거래 분야 등의 규격관련 활동 및 기술개발과 관련한 중복투자 및 정책혼선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기술표준원은 『최근 국제모임에서 정보통신분과위와 SW분과위 활동 등을 통해 정보통신분야의 새로운 움직임을 반영하고 있다』며 『이같은 정통부의 움직임은 실제 표준개발에 있어 중복 재투자를 낳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기술표준원측은 특히 『전파연구소 조직에서 정보통신 표준을 만들더라도 기술표준원의 동의를 얻어야만 국제표준으로 제청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며 『정통부가 독자적으로 표준을 제정, KICS화하더라도 국제규격 제정과 관련해 국가대표기구(national body)인 기술표준원을 대신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술표준원은 또 정보통신협회가 「TTA/IS」라는 단체표준형식을 사용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이는 ISO의 정보통신 국제표준규격 사용시 저작권료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ISO/IEC를 통합한 JTC1은 최근 급변하는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추세를 반영해 정보통신분과·SW분과 등을 두는 등 이 분야에 대한 기술발전 추세에 대응해가면서 활발하게 국제 표준제정 노력에 나서고 있다.
정통부 측은 이러한 정보기술 분야의 표준 관련 조직구성 및 활동 움직임에 대해 『올들어 대통령령에 의한 직제령개정 내용에서 산자부의 업무범위에 대해 「정보기술 분야의 표준을 제외한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라며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