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네트는 금융포털 서비스가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의 한 영역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해보는 시험대로써 주목받고 있다. 가치네트에 대한 이같은 기대는 자금력을 비롯한 가치네트가 보유한 인프라 때문이다.
초기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인터넷 사업에서 190억원이란 대규모의 자금을 투여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DB제공이나 개인 대상의 재무 컨설팅 등 가치네트의 주요 서비스를 위해선 방대한 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이다. FN가이드를 예로 들 경우 기업의 재무제표를 비롯한 원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필요한 서버용량과 실시간 그래프 변화 등 동영상 서비스를 즉시 제공하기 위한 통신 인프라는 웬만한 기업의 인프라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 FN가이드의 자본금이 65억원에 이르는 것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정보기술(IT)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에 다름아니다.
두번째는 가치네트가 갖고 있는 전문성이다. 각 서비스 부문마다 오프라인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를 포진시켰다는 점에서 그리고 삼성이 오프라인에서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사업영역은 처음부터 제휴형식을 빌었다는 점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두가지 조건이 가치네트가 성공할 수 있는 인프라로 작용한다면 넘어야할 산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중립성이다. 가치네트 스스로 기업운영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를 중립성으로 내걸고 있다. 중립성은 금융포털 서비스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성격과 삼성이라는 사업 주체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성격 두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국내 금융포털 시장에서 가치네트처럼 금융 전반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은 한국통신, SK 정도로 오히려 비금융권이 우선 진출해 있다. 오프라인 금융권은 금융상품을 직접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연합을 통한 제3의 중립적인 조직을 만들지 않는 한개 기관이 포털시장의 직접진출이 어렵다. 물론 이같은 상황은 금융권에도 본격적으로 지주회사가 등장하고 은행, 카드, 보험, 대출 등 전통적으로 구분돼 있던 서비스 영역이 파괴되면서 달라질 가능성도 높다. 현재는 금융권들이 마케팅 창구 수단으로 가치네트와 같은 비금융권의 금융포털 사업자와 손을 잡을 수 있지만 때가 되면 이들의 반격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예로 신한은행이나 주택은행, 국민은행 등은 대출분야의 뱅크풀과 제휴를 체결하지 않았다. 이들은 금융권 중 금융포털에 대한 지향점을 강하게 밝히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로 가치네트를 경쟁관계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주체가 삼성이라는 점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오프라인에서 형성돼온 기업간 경쟁 구도가 온라인에서는 일정정도 파괴되는 듯한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여기서 유독 예외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기업이 바로 삼성이다. 특히 가치네트의 중심에는 삼성의 차기 경영권을 물려받을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가 서 있다는 점도 부담스런 요인이다.
이밖에도 유료 서비스로 승부를 건다는 가치네트의 전략이 현실에서 먹혀들지도 주목해야 한다. 정보 서비스에 대한 무료개념이 너무 일반화돼 있어 대부분 인터넷사업 영역에서 겪고 있는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은 가치네트에도 역시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