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정보화와 경쟁력

김홍기 삼성SDS 사장

세계 각 국가는 21세기 정보사회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하여 정보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는 각종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정보화 수준에 의해 선·후진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에 뿌리를 둔 디지털경제시대에는 정보와 지식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보와 지식은 정보시스템을 통해 입수·분류·축적·가공·전파·재창출된다. 이런 의미에서 정보시스템은 이제 기업활동을 보조하는 수단이 아니라 기업활동을 위한 핵심적인 자원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기업이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것만큼이나 정보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을 중요시해야 하며 정보시대의 기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화는 과거에는 전산화라고도 불렸으며 경영의 보조수단 역할을 담당했으나 이제는 정보화가 전략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보화는 과거의 단순자료를 처리하던 데이터 처리 시대를 지나서, 기업 내부의 정보통합을 모색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시대를 거쳐, 이제는 외부기관 또는 고객과의 연결을 모색하는 네트워크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3단계의 정보화 발전은 정보화 목표 측면에서는 비용절감·고객만족 단계를 지나 새로운 시장의 창출로 바뀌는 것으로 설명되고, 경영층의 태도는 방관이나 이해·관심표명 정도를 벗어나서 이제는 전략적으로 지휘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사용자 마인드도 정보시스템에 대한 기피에서 참여시대를 거쳐 정보시스템을 주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정보기술 전문가 인력도 프로그램이나 짜주던 위치에서 고객에 대한 정보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거쳐 고객을 위한 전략적인 파트너 역할을 해야 하는 시대로 변화하였다.

이렇게 끊임없이 변경되고 있는 정보시스템의 위상에 맞추어 경영자들도 정보시스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정보시스템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스스로 자문하고 정보기술 및 기업환경 변화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겠다. 흔히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목표로 하는 수준의 정보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어떻게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일반적인 관행이었으나 이제는 정보화 예산을 가능한 한 늘리고 그로부터 얻어지는 효과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정보시스템을 전략적인 도구로 활용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기업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앞서 가는 기업들은 정보시스템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인포메이션 위크」지가 발표한 미국 대기업의 정보화에 대한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및 유통기업은 매년 매출액의 3%를 정보시스템에 투자하고 있으며, 서비스기업은 5%, 정보기술 벤더들은 이보다 더 높은 8%를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한국전산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매년 매출액의 약 1%를 정보시스템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우리 기업들은 미국 대기업에 비해 8분의 1∼3분의 1 수준으로 정보화 투자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차이는 요즈음과 같은 시대에는 기업경쟁력 격차, 나아가 국가경쟁력 격차로 직결된다.

미국은 90년대 불황기에도 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정보화 투자확대를 통해 경제구조를 개혁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일본에 뒤졌던 세계 1위의 경쟁력을 회복했다. 반면 일본은 경기 사이클에 맞춰 불황기에 정보화에 대한 투자를 줄인 결과 저성장과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였다.

우리는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에는 앞서자』는 구호를 여기저기서 외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분야에서 상당한 정보화 성과를 이룩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정보화 수준에 대한 깊은 성찰과 뚜렷한 목표의식을 전제로 한 과감한 투자가 절실히 요구된다.